▶ AI가 연출한 ‘PD가 사라졌다!’·AI와 대화하는 ‘비인칭시점’ 등
▶ “방송가 패러다임 바뀔 것…엄청난 위기이자 기회”
뉴스를 진행하는 인공지능(AI) 앵커, 무대 위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AI 가수에 이어 이제는 AI PD까지 등장했다.
24일 방송가에 따르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최종회를 공개한 MBC 'PD가 사라졌다!'는 AI 기술로 만들어진 프로듀서 'M파고'가 MBC 입사 후 예능 PD가 되어 직접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사회실험 프로젝트다.
M파고는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직접 진행하며 한편의 서바이벌 예능 포맷을 만들어간다.
AI PD는 여느 서바이벌에서 봐왔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게임들을 진행한다. '자기소개 피구 줄다리기', '지구력 얼음땡 개인전', '박수 윷놀이 술래잡기' 등 알 수 없는 미션을 쏟아낸다.
처음 보는 미션과 명확하지 않은 게임 진행 방식에 출연진은 하나둘씩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하지만, M파고는 아직 소통 능력과 융통성이 부족하다. 출연진을 달래는 대신 "프로그램 연출에 대한 모든 권한은 나에게 있다. 기권은 없다. 미션을 계속해 달라"고 단호하게 주문한다.
출연료 산정 기준도 여느 PD들과는 다르다. M파고는 촬영본을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등장한 분량에 따라 출연자의 출연료를 차등 지급한다.
'PD가 사라졌다'를 기획한 최민근 PD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원래는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구상했는데, 알게 될수록 '이 정도 수준이면 얼마 안 가서 AI가 다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M파고는 출연진의 행태와 특성을 빠르게 학습하고 그 입력값에 맞춰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두 번째 촬영에서 갑자기 권위적이고 단호하게 변한 이유도 그것이 출연진을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다고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곁에서 지켜본 결과 AI PD는 한계보다 잠재력이 크다고 느껴졌다"며 "아직 스크린 안에 갇혀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창의적인 기획 아이디어를 낼 줄 알고 학습과 진화 속도가 놀랄 만큼 빨랐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첫 방송을 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이나의 비인칭시점'도 AI를 활용한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사가인 김이나가 생성형 AI와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AI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의과대학 입시 열풍부터 스토킹 살인 사건, 소극장 학전이 33년 만에 문을 닫게 된 이야기까지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프로그램은 AI를 활용한 음성복원, 얼굴 디에이징(배우들을 실제보다 젊어 보이게 하는 특수효과) 기술, TTS(음성합성 기술 등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구현해 내는 것)를 프로그램 곳곳에서 활용해 볼거리를 더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AI 기술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방송된 SBS 설 특집 '남진 콘서트: 인생은 바람이어라'는 AI 남진을 무대에 세웠다. AI 기술을 통해 외모와 목소리를 그대로 재연한 청년 시절의 남진이 지금의 남진과 만나 무대를 선보였다.
방송가에서 AI의 영역 확대는 이미 시작됐고, 그 속도는 눈에 띄게 빠르다.
한 방송사 PD는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를 언급하며 "AI가 단순 문자만으로 완벽한 고화질 영상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시점에서 앞으로 많은 영역이 AI에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AI로 인해 앞으로 방송가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위기이자 기회라고 보고 있다"며 "AI에 의존하는 창작자들과 AI를 활용할 줄 아는 소수의 창작자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