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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저지 운전면허 상호인정 ‘부실협정’ 논란

2024-03-19 (화)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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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체류후 11개월 지나야 교환 가능” 뒤늦게 드러나

▶ 작년 10월 한국정부 발표 “1년이상 비자 소지자 수혜” 내용과 달라

한국-뉴저지 운전면허 상호인정 ‘부실협정’ 논란

뉴욕총영사관 홈페이지내 ‘한국-뉴저지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에 관한 Q&A’ 안내글에 ‘미국 체류 1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뉴저지 운전면허증 신청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뉴욕총영사관 웹사이트 캡처]

▶ 뉴욕총영사관, 지난달에서야 웹사이트에 수정 안내문 게시
▶ 한인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헛걸음’ 지속

한국 정부가 뉴저지주정부와 체결한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이 당초 발표된 내용과 달리 미국 체류 후 11개월 이상이 지나야만 한국 운전면허증을 뉴저지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협정 체결 당시 발표 내용에는 없던 규정으로, 뉴욕총영사관 등 한국정부가 운전면허 상호인정의 본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부실 협정을 맺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8일 본보 취재 결과 지난해 10월 체결된 한국정부와 뉴저지주정부가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약에 따라 한국 운전면허 소지자는 뉴저지 운전면허증을 별도의 시험없이 발급받으려면 미국에서 최소 11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저지주정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본보에 “한국정부와 뉴저지주간 운전면허 상호협정의 수혜 자격은 ‘12개월 이상 미국 합법 체류’가 맞다는 것이 주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는 협정 체결 당시 뉴욕총영사관 등 한국정부 발표에는 없던 내용이다.
지난해 10월18일 체결 직후 뉴욕총영사관이 발표한 언론 보도자료와 안내문 등에는 ‘비자 등 1년 이상의 미국 체류신분 증명서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취업비자나 주재원 비자처럼 유효기간이 1년 이상인 비자를 갖춘 뉴저지 거주자는 체류 기간에 관계없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뉴욕총영사관 등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협정 체결 이후 최근까지 한국 운전면허증 소지자들이 뉴저지주 차량국 지역 사무소를 찾았다가 뉴저지 체류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이유로 뉴저지 운전면허증 교환 신청이 거부됐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지난 2월 이같은 혼선에 대한 본보 질의에 대해 뉴욕총영사관 담당자는 “뉴저지주 차량국 사무소의 일부 직원들이 관련 규정을 잘못 해석해 적용하는 것”이라며 뉴저지주정부 측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본보 2월13일자 A3면 보도]

그러나 운전면허 상호협정을 둘러싼 혼선 거듭을 지적한 본보 기사 이후 오히려 뉴욕총영사관의 해명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뉴욕총영사관은 2월17일 웹사이트의 ‘영사민원 공지사항’ 메뉴에 ‘한국-뉴저지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에 관한 Q&A’란 제목의 안내글을 올려 “뉴저지주 차량관리국에 확인 결과, 뉴저지 관련 법령에 따라 미국 체류 1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뉴저지 운전면허증 신청이 가능하다고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라면 미국에 온지 11개월이 지나야만 뉴저지 운전면허 교환이 가능한 것으로, 뉴욕총영사관이 해당 법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협정을 맺고 잘못된 내용을 안내했다가 뒤늦게 수정한 셈이 된다. 이 문제로 인해 지난 수개월간 많은 한인들이 운전면허증 교환을 위해 뉴저지주차량국 사무소를 방문했다가 헛걸음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달 초 한 지상사 주재원은 “지난달 뉴저지로 부임 후 운전면허 교환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차량국 사무소를 찾았지만 헛탕을 쳤다”며 “어쩔 수 없이 이전 방식처럼 필기시험을 치르고 뉴저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주차량국 안내대로 운전면허를 교환하기 위해 1년 이상 거주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면 실효성이 없는 무의미한 협정을 맺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뉴욕총영사관은 최소 11개월 체류기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뒤늦게 확인하고도 웹사이트에만 공지했을 뿐 해당 문제를 제기한 언론 등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협정 체결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며, 이를 알지 못한 재외국민들의 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뉴저지주정부 측과 협정 체결을 담당했던 뉴욕총영사관의 영사는 18일 이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대해 “해당 업무가 민원실로 이관돼 현재는 담당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상호협정의 체류기간 조항에 대한 변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뉴저지주정부 관계자는 “주정부는 이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혼선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 다만 협정내용 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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