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채기·줄줄 흐르는 콧물… 열 나지 않으면 ‘알레르기 비염’

2024-03-19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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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 물질 제거되지 않으면 증상 사라지지 않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10번 이상 계속 재채기가 나오고,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물처럼 흘러내려요. 코와 눈, 입천장도 가려워 짜증이 나요.”

전 국민의 10~20%가 겪고 있는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져 환자에게는 더없이 고통스러운 시기다. 실제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월별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1, 2월에는 감소하다 3월 들어서면서 다시 크게 증가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하는 것으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숨에 실려 오면 체내 화학물질인 히스타민이 분비돼 코안의 점막이 붓는 염증 반응으로 발생한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증상이 코감기와 비슷해 오해할 때가 많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발작적인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이 주증상이며 열은 나지 않는다”며 “감기는 코 증상과 함께 열이 나고 대부분 1주일 안에 낫는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원인 물질이 제거될 때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알레르기 비염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전적 인자다.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으면 다양한 알레르겐(항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을 때 자녀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확률은 40~80% 정도다.

또 다른 원인은 환경 인자다.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가 주원인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일반적으로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일 때가 많다.

치료제로는 항히스타민제를 주로 사용한다. 재채기·콧물·가려움증 같은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좋다.

특히 최근에는 어지러움이나 졸음이 오는 부작용이 없는 약이 개발돼 약을 먹어도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게 됐다. 스테로이드 제제의 스프레이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중증도 이상으로 심한 알레르기 비염은 주사나 설하(舌下) 면역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서민영 교수는 “콧속 비중격(좌우 코안의 경계를 이루는 벽)이 휘었거나 점막이 부어 코가 막히고 약물 치료에도 코막힘이 지속되면 ‘비중격교정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꽃가루가 발병 원인이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정 식물을 피하고, 특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조형주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개·고양이 털이 원인이라면 이들과 접촉하거나 근처에 가는 것을 피하고,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일 때는 실내 온도나 습도를 조절해 진드기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이 본격적으로 펴 꽃가루가 날리기 전에 생활환경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석현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꽃이 피기 시작하면 창문을 닫아 꽃가루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걸 줄이고 공기청정기 사용을 추천한다”며 “외출 시 긴소매 옷·안경·마스크를 착용하고 풀이 많은 곳에서 활동도 삼가는 게 좋다”고 했다.

식습관을 개선해도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석현 교수는 “우유·연어·달걀 등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은 면역 기능 강화와 알레르기 진행 예방에 좋고 고등어·호두·아몬드 등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은 염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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