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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판 부활

2024-03-18 (월)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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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6월 미국 컬럼비아레코드사가 새로 개발한 레코드판을 공개하자 세계 음반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널리 쓰였던 SP(Standard Playing Record)보다 월등히 향상된 음질을 선사할 뿐 아니라 재생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SP의 재생 시간은 한 면당 최장 4분30초에 불과했지만 컬럼비아레코드의 제품은 22분30초에 달했다. 이 신제품의 이름은 ‘장시간 음반’이라는 의미를 담아 LP(Long Playing Record)로 붙여졌다.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적은 소재인 염화비닐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이닐 레코드’로도 불린다.

LP판은 제조 기술 혁신으로 재생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1950년대 초반 독일과 일본에서도 LP판 제작과 유통이 시작되면서 SP를 밀어내고 대표 음반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SP는 1963년에 생산이 중단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LP판의 전성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1982년 디지털 저장 매체 콤팩트디스크(CD) 등장 이후 LP판의 입지는 급속히 좁아졌다. 1988년을 기점으로 세계 음악 시장에서 CD 판매량이 LP판을 넘어섰다. 퇴출 위기에 몰렸던 LP판은 2010년 즈음 세계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한 기성세대는 물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로부터도 사랑을 받으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영국 통계청(ONS)이 올해 인플레이션지수 산정 품목에 LP판을 다시 등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LP판이 영국의 인플레이션 산정 품목 목록에 포함된 것은 1992년 이후 32년 만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팔린 LP판은 총 610만 장으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ONS는 “LP판 재편입은 문화적인 부활이 소비자들의 씀씀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통에 혁신을 더한 K콘텐츠를 만들면 LP판처럼 세계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K콘텐츠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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