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실태 조명
▶ 대부분 에콰도르인…불법이지만 뉴욕주·시 당국은 ‘나 몰라라’
브롱스 지하철역에서 사탕 파는 소녀 [X 캡처]
브롱스의 한 지하철역 플랫폼.
7~8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M&M·킷캣 초콜릿, 트라이던트 껌이 가득 든 바구니를 둘러메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또 다른 16세 여자아이는 어느 평일 오전 뉴욕 맨하탄 지하철 열차에서 사탕을 팔고 있었다. 이 아이는 부모님을 도와야 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3일 학령기임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뉴욕시 지하철에서 사탕을 파는 이민자 어린이들의 실태를 조명했다.
이민자 지원가들은 뉴욕시 지하철의 사탕 팔이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에콰도르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이민자 지원 활동을 하며 그 자신도 에콰도르 이민자인 모니카 시브리는 이민자 부모 중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때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모두 챙기지 못해 아이들의 입학이 늦어졌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 아이가 한 학기 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오판하거나,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시브리는 설명했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이민자 약 18만 명이 뉴욕으로 왔으며 이 중 약 6만5,000 명이 노숙자 보호소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된다.
NYT는 “많은 신규 이민자가 물가가 비싼 이 도시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지만, 합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먹을 것을 파는 것이 그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6~17세 어린이·청소년은 교육을 받아야 하며, 14세 미만의 노동은 대부분 금지된다. 지하철에서 승인 없이 판매 행위를 하는 것도 불법이다. 따라서 학교에 갈 시간에 지하철에서 아이들이 사탕 파는 일은 여러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하지만 뉴욕주와 시 당국은 사탕 팔이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NYT는 7곳의 시 당국과 주 당국 등에 문의했지만 ‘이구동성’으로 돌아오는 답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는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학령기 어린이의 학교 출석 등 현황을 살피는 ‘출석 독려 교사’를 두고 있지만 직접 거리로 순찰을 나가지는 않는다며 경찰에 알아보라고 답변했다. 경찰은 지난해 지하철 불법판매 행위에 대해 1,100건의 소환장을 발부했다면서도 사탕 팔이 어린이들과 관련해 조처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어린이들의 고용 관계가 불분명해 이들의 사탕 판매가 노동법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창 배울 나이의 아이들이 낯선 땅에 와서 지하철을 배회하는 모습에 뉴욕 시민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