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 하락땐 수요 커져 집값 오를 수도
▶ 경쟁 덜한 지금이 오히려 구입 적기일 듯
모기지 이자율이 5% 밑으로 떨어져야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올해 이자율은 6~6.5%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로이터]
이자율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경쟁이 덜한 지금이 구입 적기라고 조언한다. [로이터]
올해 주택 시장은 장밋빛 전망으로 출발했다. 주택 구입 여건이 나아져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기대대로 주택 구입 여건은 나아졌지만 아직 바이어스마켓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여전히 높은 모기지 이자율과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주택 가격이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있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서 젊은 층 바이어들은 이자율이 8%를 넘어도 주택 구입에 나서겠다는 강한 내 집 마련 의지를 보였다.
◇ 5% 밑으로 떨어지면 집 산다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기를 학수고대하는 바이어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높은 이자율 때문에 많은 바이어가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율이 5% 밑으로 떨어지면 상당수 바이어가 주택 구입의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미국인 중 약 22%가 모기지 이자율이 6% 미만으로 하락하면 1년 이내에 주택 구입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만약 모기지 이자율이 5% 밑으로 떨어지면 주택 구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이어는 32%였다.
◇ 연말쯤 떨어질 전망
이처럼 많은 바이어가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 때문이다. 2022년부터 Fed는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쉼 없이 기준 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모기지 이자율도 현재 약 6.94%(30년 만기 고정·2월 29일 기준)로 덩달아 올랐다. 조사 결과대로 모기지 이자율이 6% 미만으로만 떨어져도 내 집 마련에 나설 바이어가 많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Fed가 기준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예측됐던 올해 초 모기지 이자율도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자 기준 금리 인하 시기가 연장됐고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말로 금리 인하 시기를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예측대로라면 모기지 이자율도 올해 말이나 되어야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 MZ, 이자율 높아도 내 집 마련할 것
모기지 이자율이 높지만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열망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이자율이 8%를 넘어도 내 집 마련을 강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리얼터닷컴의 설문 조사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절반과 Z세대 중 약 40%가 모기지 이자율이 8%를 초과해도 주택 구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젊은 세대의 강한 주택 구입 의지는 주택 구입 능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대니얼 해일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득과 준비된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부모 세대에 비해 적지만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의지는 전체 세대 중 가장 뜨겁다”라며 “임금 인상 속도가 인플레이션을 앞지르고 있어 젊은 세대의 주택 구입 능력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주택 시장에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연말 이자율 6~6.5%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해 10월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7.79%를 찍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6.9%(2월 22일 기준)대를 기록 중이다. 여러 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은 올해 안에 6% 밑으로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찰리 도허티 웰스파고 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인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7% 밑으로 떨어졌다”라며 “이자율 하락은 인플레이션 해소 지표와 이에 따른 Fed의 기준 금리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로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단지 시기상의 문제일 뿐 Fed가 올해 안에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을 보고 있다.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 기준 금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모기지 이자율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리얼터닷컴은 올해 큰 폭의 모기지 이자율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연말 약 6.5%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허티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이 향후 수년간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은 Fed의 통화 정책 완화와 함께 올해 6%, 내년에는 5.75%로 떨어질 전망이다.
◇ 이자율 떨어지면 수요 불붙어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모기지 이자율 하락 전망은 바이어에게 좋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바이어의 주택 구입 능력이 올라가 조금 더 좋은 조건의 집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터닷컴은 올해 주택 가격이 약 1.7% 하락할 것으로 전망 중했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입 능력 상승 폭은 더욱 커진다.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바이어들이 대비해야 할 점도 있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주택 구입 능력이 개선되지만 그만큼 많은 바이어가 주택 구입에 나서 경쟁이 다시 불붙게 된다는 것이다. 모기지 업체 처칠힐 모기지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이 1% 떨어지면 500만 명 이상의 바이어가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들 바이어가 모두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주택 구입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과열 경쟁으로 주택 가격이 다시 오르면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입 능력 개선 효과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업체 오픈도어의 브라이슨 태거트 선임 매니저는 “웃돈 경쟁뿐만 아니라 감정가 조건 제외, 인스펙션 포기 등 일부 무분별한 구입 행태가 다시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설명했다.
◇ 경쟁 덜한 지금이 적기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이자율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인 지금 과열 경쟁을 피해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도 좋은 전략으로 제시한다. 과열 경쟁이 나타나면 집값 상승뿐만 아니라 여러 구매 조건도 바이어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러 불리한 점을 피해 지금 주택을 구입한 뒤 이자율이 떨어지면 재융자를 통해 낮은 이자율 갈아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른바 ‘선 구매 후 재융자’ 전략을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주택을 장기 투자 대상으로 삼고 적어도 5년 이상 거주 계획이 확실할 때만 구입에 나서야 한다. 또 구입하려는 주택의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부담 가능할 때만 구입을 고려해야 하는데 나중에 재융자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구입에 나서면 여러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대했던 이자율 하락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칫 장기간 높은 이자율에 묶일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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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