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H 해밀턴 도서관 산책 (7)

2024-03-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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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조선 실록 김광운 저,

여러분은 조선 왕조 실록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 드라마를 볼 때, ‘조선 왕조 실록에 따르면..’이라고 해설이 들어가고는 하였죠. 조선 왕조 실록이 역사책이라는 사실도 알고 계시겠지요. 실록, 한자로 실제, 사실을 뜻하는 實과 기록할 錄자를 쓰는 실록은 글자 그대로 ‘사실의 기록’이'라는 뜻으로 시간순으로 있었던 일을 그대로 기록하는 전통적인 역사 서술 방식입니다.

한국의 역대 왕조들은 실록을 만들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였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조선 왕조 실록 뿐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실록이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전 실록들과는 다른 실록입니다. 첫째, 국가가 주도한 것이 아닌 한 학자가 저술하고 있고, 둘째, 우리 나라가 아닌 북한의 실록입니다. 이 실록이 오늘 소개해드릴 ‘북조선 실록’입니다. 극동 문제 연구소의 김광운 교수가 2018년부터 차례로 출간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1000권이 넘어야 완성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현재는 1950년 중반까지를 다룬 170여권이 출판된 장기간의, 또 어마어마한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이 실록을 쓰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있을까요? 첫째 이유는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로 인해 북한의 연구에 필요한 자료가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출판된 자료들을 얻기는 현재까지도 매우 힘든 실정입니다.

북한에서 해외에 내보내는 자료 자체도 적을 뿐더러, 북한에 가해진 경제 재제로 인해 자유로이 출판물 등을 거래하기가 힘듭니다. 둘째, 북한에서 만들어진 자료들은 그 목적이 자신들의 체재의 선전이므로 북한의 실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 비정상적인 국가를 이해할 수 있는 방편으로 본인이 수집한 북한에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에서 하루하루 벌어진 일을 서술하는 객관적인 실록의 방식을 택하여 이 시리즈를 저술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조선 실록의 한 권을 집어 무작위로 한 날짜에 북한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겠습니다.
1949년 2월 26일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 까요? 무대 예술인들에게 급수제가 실시되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등급을 매긴 것이지요. 예술마저 국가의 통제 하에 두는 북한의 특성이 나타납니다. 이 사실은 ‘무대 예술인들에게 급수제 실시'라는 짧은 제목 하에 그 사실을 기록한 원래 사료를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또 북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5차 회의 결정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선동한 사설을 발표하였고, 조선인민군 지휘관들의 모범적 역할을 강조한 사설을 발표하였으며, 인민위원회의 선거 준비 사업을 소개하였네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독재 체재의 유지를 위해 정보를 검열하는 북한의 특성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알아야합니다. 북한은 우리가 언젠가 한 나라가 되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같은 뿌리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주적이기도 하지요.

북한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저자에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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