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드디어 딸을 시집보내다니

2024-02-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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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목사 /새누리선교교회 담임

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는데 큰 딸은 30살, 둘째는 29살로서 연년생이다. 이미 결혼 적령기가 되었기에 둘 다 결혼을 서둘러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었고 실제로 여러번 결혼에 대한 압력(?)을 가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둘째 딸이 몇 주전에 결혼을 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언니를 제치고 먼저 한 것이지만 그게 뭐그리 중요하랴 생각이 들어서 결혼 승락을 한 것이었다.

둘째 딸을 시집 보내고 나자 많은 사람들이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온다.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무엇보다도 섭섭함(?)과 기쁨이 동시에 교차한다. 그런데 왠 섭섭함일까? 이제 딸에게 있어서 남자 중에서 더 이상 아빠인 내가 먼저가 아니라 자신의 남편이 먼저이기에 왠지 밀려난 기분이 들어서이다. 이제까지 무슨 일이 있으면 아빠인 내게 의지를 했는데 이제 그러한 특권의 자리를 사위에게 넘겨준 서러움 또는 섭섭함이라 할까.

그런데 사실 섭섭함보다 기쁨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어떤 기쁨일까? 바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가정의 진정한 목적을 이루게 된 기쁨인 것이다. 성경 창세기 2장에 나오는 가정의 목적을 크게 보면 세 가지인데 이제 딸이 세 가지 모두를 이루게 되어서 부모로서 기쁜 것이다. 먼저 첫 번째에 해당하는 기쁨은 가정의 첫번째 목적인 바로 “번성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드디어 딸이 결혼을 했기에 손주에 대한 기대가 생기게 된 것이다. 사실 내가 섬기는 교회에 이미 할아버지가 되신 분들이 여러 분 계신데 대부분은 늘 교회오시면 손주 사진을 보여 주시면서 어쩔줄 몰라하고 어떤 분은 심지어는 전화기에 담긴 손녀 사진을 보여주며 전화기에 뽀뽀까지 하시기에 정말 부러웠다. 거기다가 덧붙여, “목사님은 아직은 죽었다 깨나도 손주를 얻은 기쁨을 모르실것입니다”… 라고 하며 놀림(?)까지 당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 머지않아 동등한 할아버지 반열(?)에 올라설 기회가 주어진 것이기에 신이 나는 것이다.


또 다른 기쁨은 가정이 존재하는 두번째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제 딸이 “돕는 배필”로서 남편을 섬기며 가정을 꾸미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돕는 배필”은 무엇인가? 사실 내가 수년전에 목사 안수 받을때에 당시 나를 시취하던 대선배 목사님 한 분이 내 아내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당시 너무 당황한 내 아내가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질문을 한 목사님이 자상하게 설명을 잘 해주어서 지금도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남편이 어느 곳을 가다가 큰 구덩이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구덩이가 너무 깊어서 스스로 빠져 나올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바로 건강 문제, 재정 문제, 관계 문제 등등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남편이 그러한 구덩이에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 못할때에 아내가 손을 내밀거나 또는 동아줄이라도 가지고 와서 남편을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돕는 배필”이라고 한 것이다. 당시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 뒤로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제 딸이 결혼함으로 그 역할을 맡게 되어서 기쁜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의 든든한 동반자로 혹시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돕는배필”로서 내조를 잘함으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갈 것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기쁨은 역시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이제 부부로서 하나님의 사명을 함께 이루어 가는 영적 축복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처음 가정을 만드시는 과정을 보면 아담이 하나님의 명을 받들어 모든 가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어주고 있었는데 돕는 배필인 하와를 아내로 맞이하게 함으로 함께 사명을 받들게 하셨다. 바로 그것이 결혼하는 궁극적인 이유로서 남편과 아내가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사명을 같이 이루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가정의 최고의 기쁨인 것이다.
그렇다! 이제 딸이 결혼함으로 이러한 놀라운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의 목적을 이루어 갈 수 있게 되어서 기쁨이 섭섭함보다 훨씬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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