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이제 본격화되는 것인가?

2024-02-26 (월) 이서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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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희의 시사살롱

지난 16일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이 자산 부풀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억5천500만 달러의 벌금을 낼 것을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그룹이 대출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호텔과 골프장, 기타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린 혐의가 있다며 뉴욕시맨해튼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결과이다.

뉴욕 맨해튼 지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그룹’이 대출 과정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자산을 과대평가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금까지 내려진 4건의 판결로 부담해야 할 누적 벌금과 보상금이 4억4000만 달로 늘어났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트럼프를 잡는 데 혈안인 부패한 인종 차별 주의자 라고 뉴욕주 검찰를 비난하고 뉴욕주와 미국의 사법 체계가 정파 적이고 착각에 빠졌으며 판사와 검사들이 편향되었다고 비난했다.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이번 재판 결과에 즉각 항소하는 한편, 뉴욕주 사업체의 고위직 수임을 금지한 이번 명령의 효력을 중단 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측은 항고에 앞서 보상금과 벌금을 현금으로 법원에 공탁 하거나 증거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거액의 예치금 필요해 당장 부담이 크다.
앞으로도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를 하는 과정에 넘어야할 장애물은 많이 남아있다. 민사 재판 외에도 성 추문 입막음, 기밀문서 유출, 대선 결과 뒤집기 그리고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 등 총 4건에 대해 형사 기소된 상태다.

이 가운데 성 추문 입막음 혐의 관련 재판이 3월 25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따른 문서 조작 혐의를 두고 미 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형사 재판을 받게 된다. 형사 재판은 트럼프가 반드시 법정에 출석해야 하고, 유죄가 선고되면 유권자 절반 이상이 그를 지지하지 않을 거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기에 트럼프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뒤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우리가 항소에 성공하지 못하면 뉴욕에 자리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 떠나서 뉴욕주는 사라질 것”이라며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부당한 판결에 따른 벌금에 자금을 대자’라는 이름으로 트럼프 벌금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글이 게시되자 개설 24시간 만에 8만4354달러가 모였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다음 날 399달러짜리 ‘골든 운동화’를 선보이며 고가의 기념품 판매를 예고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중 젊은 층의 이탈이 트럼프에 반사 이익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스니커즈 문화를 향유하는 젊은이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굿즈로 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황금 색 신발에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 스니커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트럼프는 지난 검찰 기소 때마다 “나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율에 불안을 느낀 이들의 비열한 정치적 공격이고 마녀 사냥이다”라고 조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경쟁자들을 비난해왔다. 그리고 그가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이미지 전략이 지지율 상승을 가져오는 결과를 보였었다.

과연 앞으로 이어질 트럼프의 재판 결과들이 그의 지지율을 하락으로 이어질지 ,
앞선 트럼프가 검찰 기소들을 자신의 지지율 상승으로 만든 것처럼 지지층을 더욱 집결시키는 방향으로 만들어갈지는 2024년 미 대선의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서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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