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은 자연 만물을 새롭게 한다.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봄에 피어나는 꽃을 보고도 영혼의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의 영혼은 아직 피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봄의 시작과 함께 사순절(四旬節, Lent)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봄의 의미는 특별하다.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시작되면 기독교는 사순절을 맞는다. 사순절(Lent)의 유래가 봄철을 뜻하는 고대 영어(Lencten)에서 온 것이니 봄과 사순절은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사순절에 교회는 회개, 극기와 절제, 기도, 성경 묵상, 예배, 경건생활, 금식(禁食), 나눔과 봉사의 실천 등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신비와 은혜에 참여해 왔다. 사순절 신앙훈련의 궁극적 목적은‘생명의 풍성함을 위하여 세상에 오신’(요한10:10)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生命)’의 삶을 본 받는 데 있다.
봄은 생명을 보고, 생명을 배우고, 더불어 생명이 되는 계절이다. 사순절 또한 사람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그리고 하느님과 더불어‘생명’의 삶을 살려는 것이다. 사실 교회의 예배도, 말씀도, 기도도, 사랑과 자비의 실천도, 정의와 평화도 모두 ‘더불어 생명’의 삶을 살아내려는 데 있다.
기후재앙의 시대에 새봄과 사순절을 맞이한다. 이제는 사순절 신앙실천의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전통적 의미의 교리적 도덕적 사순절 신앙실천에서 사람은 물론 자연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아우르는 친환경, 친생명의 삶을 지향하는 ‘녹색사순절’(Green Lent)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탐욕 분노 혹은 형제를 미워했던 일 등을 통회하였다면, 이제부터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땅을 더럽히고 강이나 바다의 물생물(물고기)들에게 고통을 준 일이나, 과도한 에너지 사용에서 나온 온실가스로 지구 저편에 사는 형제들에게 가뭄 더위 폭우 피해를 가져 온 일들도 사순절 통회의 목록에 넣어야 한다.
봄이 주는 근원적 메시지는 ‘생명’이다. 생명을 보고, 생명를 노래하고, 생명에서 배우고, 생명 받았음에 감사하고, 사람과 뭇 생명에게 더불어 생명이 되서 살라는 것이다. 사순절 메시지도 이와 동일하다. 새봄과 사순절에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생명의 신비를 배우고, 더불어 생명이 되어 사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아주 가까이, 우리 손 안에 있는 스마트 휴대폰에도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원하는 정보의 검색, SNS대화 그리고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동안 우리는 탄소를 배출하여 지구온난화에 일조(?)하게 된다. 프랑스 친환경 기업 그린스펙터(Green Spector)의 자료에 따르면, 집에서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보면 10분당 약 1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1분간 SNS 활동을 했을 때 틱톡은 2.63g, 인스타그램은 1.05g의 탄소를 배출한다. 통상적으로 이메일 1통 전송 4g, 1분간 전화 통화 3.6g, 데이터 1MB 전송 3.6g, 인터넷 검색 0.2g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스마트폰을 즐기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운데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공범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탄소가 배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주고받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주고 저장하는‘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리에 많은 전기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잠시도 멈춤 없이 돌아가야 하는데, 여기에 어마어마한 전력이 든다. 현재 지구촌 각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사용으로 배출되는 탄소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AI나 디지털 스마트 기기의 보편화로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새봄에 이 사순절에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탄소 금식이 필요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불필요한 이메일이나 스팸·광고성 메시지 지우기 등 디지털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루에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고, 동영상 시청 시간을 줄이고, 안 읽은 메일함 비우기 등만을 실천해도 나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길, 내 손 안에도 있다.
기후재앙 시대에 새봄을 맞으며, 가장 중요하고 참으로 선한 삶은 나부터 생명사랑의 마음으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며 사는 삶이다. 사람과 자연 만물 서로에게 ‘더불어 생명’이 되어 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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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