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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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모전단이 떼 지어 몰려오나…

2024-02-2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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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특히 핵추진 항공모함은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항모는 11척으로 이 핵 항모는 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항모를 중심으로 1개 강습타격전단이 이동한다. 이 전단은 기함인 항모를 비롯해 이지스 순양함(9600t급) 2~3척, 이지스 구축함(9200t급) 2~3척, 핵잠수함 2~3척 등으로 구성된다.

1개 항모전단의 전력은 웬만한 중소국가의 해·공군력 전체와 맞먹는다. 때문에 1개 항모전단만 전개되어도 그 인근 해역 국가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이 보유한 1척의 핵항모의 절반에 가까운 5척이 한반도 인근의 서태평양해역에 집결한다는 보도다.


로널드 레이건함, 시오도어 루스벨트함, 칼빈슨함 등 3척의 미 핵항모는 이미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 해역에 전개돼 있다. 여기에 에이브러햄 링컨함, 조지 워싱턴함도 이 지역으로 이동, 오는 4, 5월경에는 모두 합쳐 5척의 미 핵항모가 한 해역에 집결하게 된다는 거다.

미 항모 5척이 한 해역에 집결한 것은 걸프전이후 최대로 한반도인근 해역에서는 처음이다.

이로 끝나는 게 아니다. 현재 오키나와 인근해역에는 중형 항모와 맞먹는 전투력을 갖춘 미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이 전개돼 활동 중이고 경항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복서 전단의 서태평양 전개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동맹국들도 항모를 파견할 예정이다. 이탈리아가 경항모 카보우르함 일본 전개를 발표한데 이어 프랑스도 핵항모 샤롤드골함 인도태평양지역 파견을 선언했다.

또한 일본 자위대의 항모급 함정인 이즈모급 2척도 합류예정이어서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해역에는 모두 11척의 미국과 서방국들의 항모가 집결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미국은 왜 서방 주요국들의 항모전단이 떼를 지어 서태평양해역에 전개되는 대 이벤트를 준비했을까.

‘유럽연합(EU)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러시아는 3%다. 그러니까 경제력에서 다섯 배인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스스로의 안보는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도 감당할 수 있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해 워싱턴은 미국에 가장 중요한 지역에 오로지 집중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 지역은 동아시아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동아시아지역의 GDP는 전 세계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 동아시아의 중요성이 날로 커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아시아지역의 안보환경이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에서, 또 서해에서 중국이 계속 도발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에서의 도발 등으로 미국의 힘은 분산돼 있다. 이와 함께 아시아의 미국 맹방들의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힘이 빠진 미국이 혹시…’하는.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워싱턴은 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그리고 동시에 힘의 과시를 통해 그 지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공약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항모전단 전개는 이를 위한 일종의 ‘메이크업’성격의 조치라는 것이 리스판서블 스테이트 크래프트지의 분석이다.

왜 그러면 ‘오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의 시점을 대대적 힘의 과시 타이밍으로 잡았을까.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벌써 몇 년 째인가. 이 같은 질문이 던져져온 게. 어찌 보면 식상할 정도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이은 가자전쟁 이후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점차 ‘불가피’쪽으로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윌리엄 번즈 CIA국장은 2027년을 그 가장 가능성이 큰 해로 보고 있다. 그 때 쯤 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침공계획이 만료된다는 진단과 함께. 다른 미 정보 분석관들은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국 경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제난으로 야기된 국내불안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불장난을 할 수도 있다. ‘피킹 차이나’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쟁은 지진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루하루 달라지는 징후로 그런 사태가 머지않아 올 것이란 것은 알 수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할 브랜드의 말이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사방에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점차 군사 균형에서 우위를 차지해가고 있다. 그러니까 전쟁을 벌이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장래가 암울하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식의 충동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런데다가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는 더 공고해져가고 이다.

이 같은 요인들로 중국 발 위험지표는 요란한 적색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왜 그러면 하필 오는 4, 5월경인가.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4월 10일에는 한국의 총선이 치러진다. 5월 20일은 대만의 라이칭더 신임 총통 취임식 날이다. 동아시아의 이 두 정치 이벤트는 앞으로 동아시아는 물론 국제정세의 향방을 가를 중대 사건으로 이해충돌 국가인 시진핑의 중국과 김정은의 북한은 시시각각 상황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한 경계태세 성격이 짙다는 것이 뉴스위크 등 미 언론들의 하나같은 진단이다. 맞는 진단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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