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9,000억달러 대출 만기
▶렌더 채무불이행 위험 높아
▶ 미 중소은행 부채 80% 보유
▶한국 등 해외서도 여파 확산
오피스 마켓을 중심으로 한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중소은행들의 무더기 부실로 이어져 신용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앞으로 신용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2월 금융시장 리스크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시스템상의 신용 문제’라는 응답이 16%로 나타났다고 폭스비즈니스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이 응답률 순위는 고착화된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어 세 번째이긴 하지만 지난달 조사 때의 응답률 11%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문제다.
펀드 매니저들은 신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꼽았다.
이외에도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투자은행, 모기지 대출기관, 미국 기업 부채 등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기관 분야에서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에서는 내년 말까지 약 1조5,000억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부채 만기가 돌아온다. 금리가 크게 올랐고 대출 조건이 더 엄격해진 데다 재택근무 등으로 부동산 가치는 떨어졌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에만 약 9,290억달러 상당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만기 될 예정이다. 돈을 빌린 이들은 훨씬 높은 금리로 다시 대출을 받거나 큰 손실을 감수하고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약 20조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신용 공급원이 소규모 은행과 지역은행이라는 점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 은행들이 미결제 부채의 약 8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후 지역은행은 금융권 격변의 진원지였다. 이런 혼란이 벌어지면 대출 기준은 대폭 강화되고 기업이나 가계는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이달 초에도 뉴욕 커뮤니티 은행이 배당금을 삭감하고 오피스 및 아파트 관련 부동산 대출에서 예상치 못한 분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후 뉴욕 커뮤니티 은행 주가는 반토막 났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침체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주요 금융 그룹들도 조만간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부동산 관련 대출·투자 자산 규모가 모두 20조원(약 154억달러)에 이르는 데다, 가장 취약한 북미 지역 부동산에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금융그룹의 실사 결과 이미 요주의·고정 이하 수준으로 분류된 위험 자산 비중이 15%를 훌쩍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은 지난해 이미 1조원(약 7억7,000만달러)이 넘는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지만, 미국 등 해외 부동산 부진이 이어질 경우 올해 더 많은 손실을 인정하고 막대한 충당금도 쌓아야 할 처지다.
18일 연합뉴스가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부동산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외부동산 관련 펀드를 비롯한 수익증권 투자와 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2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 규모가 20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북미(미국·캐나다) 지역 부동산 관련 건만 약 11조4천억원으로, 비중(55.9%)이 절반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