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을 수 없이 가려워 피가 날 정도로 긁어요’

2024-02-20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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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주 이상 가려우면 다른 병 때문에 발생

“잠을 자다가도 참을 수 없이 가려워 피가 날 정도로 긁어요."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흔한 증상이다. 최근 건조한 날씨가 곗속되면서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가려움증은 노화·알레르기 성향·만성콩팥병·간 질환·당뇨병 등 전신 질환이나 피부 질환으로 인해 대부분 발생한다. 가벼운 접촉이나 온도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 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자극에도 쉽게 악화할 수 있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려움증을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이를 겪는 이들에겐 아주 큰 고통”이라며 “특히 6주 이상 만성 가려움증은 피부 질환 외에도 조기 노화, 전신 질환, 신경학적 질환, 정신 질환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만성 가려움증, 피부 질환·노화 전신 질환 때문?

만성 가려움증은 피부 질환과 전신 질환이 원인일 때가 대부분이다. 피부 질환으로는 피부건조증 아토피피부염 건선 두드러기 접촉성피부염, 편평태선 결절성소양증 옴 곤충물림 무좀 등이 있다.

전신 질환으로는 만성콩팥병 만성간질환 담즙정체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저하증 고형암 백혈병 림프종 진성적혈구증가증 빈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다양하다.

또한 신경학적 원인인 다발성경화증 상완요골가려움증 이상감각등신경통 대상포진후가려움 강박반응성장애 등도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이 밖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피부 건조·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지질의 조성 변화 △피부 산도 증가 △면역 노화로 인한 Th2(T helper Cell 2) 매개 염증 반응 증가 △피부 감각 신경 변화 등으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질환 원인에 따라 피부 전체에 가려움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특정 부위에서만 생기기도 한다. 가려움증은 주로 잠자려고 누웠을 때, 강한 난방, 스트레스나 불안 상태에서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자극은 많은 경우 피부에서 시작해 신경전달통로를 거쳐 뇌에서 인지되는데, 뇌는 이러한 감각을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긁거나 문지르게 되면 상처나 피부가 단단하고 두꺼워지는 태선화, 구진이나 결절 모양으로 두꺼워지는 결절성 소양증을 보이기도 한다.

김혜성 교수는 “혈액암이나 고형암이 있을 때 가려움 진단이 선행할 때도 있지만 가렵다고 무조건 암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실제 대부분의 가려움증은 암이 아닌 조기 노화, 알레르기 성향, 전신 질환이나 피부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려움증은 잠자리에 들 때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이는 밤에는 긴장을 풀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을 하기 때문에 가려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 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 나와

가려움증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세한 병력 청취, 약물 복용력 확인, 신체 진찰과 다양한 검사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원인 피부 질환을 규명하기 위해 직접 도말 검사(KOH), 옴 검사, 피부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만성 가려움으로 병원을 찾으면 혈액검사, 알레르기 검사, 콩팥·간·갑상선 기능 검사, 소변검사, 흉부 X선 검사, 간염 및 매독,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항체 검사 등을 시행한다.

특히 밤에 잠을 설칠 정도의 심한 가려움, 기저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 요양병원에 환자, 보호자 자격이나 간병인으로 일할 경우 옴 등에 대한 검사를 반드시 진행한다. 치료는 먼저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고, 원인 치료와 함께 증상에 따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려움증 치료제로 항히스타민제가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만성 가려움증은 히스타민이 매개하지 않는 메커니즘을 가졌을 때가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때는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면역 조절제,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립틸린과 같은 감각신경 조절제 등을 사용한다.

최근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Dupilumab)이나 오말리주맙(Omalizumab), 야누스키나제(Janus kinase, JAK) 억제제 등 가려움증에 효과적인 신약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소 도포제로는 스테로이드·칼시뉴린억제제가 염증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가려움증을 완화시킬 수 있고 국소마취제, 캡사이신 크림과 패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피부를 차갑게 하는 쿨링 효과를 통해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칼라민 로션과 멘톨 로션, 인트린직 아이비젤과 같이 쿨링 효과와 보습 효과를 동시에 가지는 도포제가 만성 가려움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광선 치료도 염증 반응 감소와 신경 활성 감소를 통해 임신부나 약을 사용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의 가려움증 환자에서 안전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다양한 전신 치료와 국소 치료는 가려움증의 원인과 양상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환자마다 개별화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혜성 교수는 “모든 가려움증 약이 졸리지 않다. 1차 약제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일부 나른함·피곤함·졸림·입 마르고 쓴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신약의 경우 졸림 증상이 전혀 없다”며 “가려움증은 초기에 치료받으면 예후(치료 경과)가 훨씬 좋기에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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