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퇴행성 질환인‘대동맥판막협착증(aortic stenosis)’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2022년 기준 2만1,000여 명으로 2010년(4,600여 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두꺼워지거나 굳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이 협착되면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좁아진 구멍으로 혈액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심장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협심증·심근경색·심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백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흉통·호흡곤란·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서 청진(聽診)하다가 발견된다”고 했다. 백 교수는 “이 질환 증상을 가볍게 여겨 방치하다간 중증이라면 2년 이내 50% 정도가 사망한다”고 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기는 이유는.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심장은 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는데, 방과 방 사이에 문 역할을 하는 4개 판막(대동맥판막·승모(僧帽)판막·삼첨(三尖)판막·폐동맥판막)이 있다. 이들 4개 판막(valve)은 혈액이 순환할 때 열고 닫기를 쉬지 않고 반복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노화돼 기능이 떨어진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판막 구조 이상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이엽성 대동맥판막(전 인구의 10% 해당)’도 있다. 태아일 때 심장 초음파검사를 통해 이 질환을 확인해 시술이나 수술로 교정한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경증·중등증·중증 등 3단계로 나뉜다. 경증 때는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어 다른 질환 진료를 위해 청진하다가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병이 진행하면 흉통·호흡곤란·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심하게 움직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차는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다. 어지러움·전신 쇠약감·손발 부종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심장판막 질환 치료는 환자의 심장판막 상태·심장 기능 및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각각의 특성에 맞춰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는 고혈압 약과 이뇨제를 투여해 심장 부담을 덜어줘 환자 불편을 줄이고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심장 벽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약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안 돼 대부분 수술한다. 특히 진단이 늦어 협착증이 심각해지거나 폐쇄부전증(역류증)으로 악화하면 약물 치료 효과도 떨어져 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수술법으로는 ‘대동맥판막성형술(Surgical Aortic Valvuloplasty·SAVP)’ ‘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SAVR)’ 등 2가지가 있다. 대동맥판막성형술(SAVP)은 가슴을 열고 두꺼워진 판막을 얇게 깎아 피가 잘 순환되도록 교정하는 수술법이다. 이 성형술은 가임기 여성이나 항응고제(와파린)를 투여할 수 없는 환자에게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대동맥 협착이 심하면 기존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바꾸는 대동맥판막치환술(SAVR)을 시행해야 한다.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열고 체외순환기를 삽입, 달라붙은 대동맥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이때 사용되는 인공 판막은 소 심낭이나 돼지 판막을 특수 처리해 만든 ‘조직 판막’과 내구성이 강한 특수 합금으로 만든 ‘기계 판막’ 등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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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