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소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옳은 것일까?

2024-02-12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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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생활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 익히려면 비판적 사고에 대한 필요성부터 느껴야

▶ 해답 도출 위해 개방적 사고 필요한 실험
▶ 비판적 사고가가 쓴 책 읽는 것도 도움

평소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옳은 것일까?

개방적 사고가 필요한 실험을 진행하면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로이터=사진제공]

정치인의 발언 근거는 무엇일까?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나? 어느 수준의 수업이 나에게 적합한가? 이 같은 질문에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한가지 공통된 능력이 필요하다. 바로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평소 다들 옳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 능력의 시작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대학에서 펼쳐지는 세상은 고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대학에 진학하면 대부분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전에 접하지 못한 생소한 세계관에 맞닥뜨리게 된다.

사회 진출을 앞두고 학문적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대학 진학 후는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남의 결정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 고등학생 시절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판적 사고란?


학자에 따라 비판적 사고에 대해 다른 정의를 내린다. 버지니아 대학 대니얼 윌링햄 심리학과 교수는 비판적 사고란 단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하나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을 때 더 자주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문 논평을 읽고 난 뒤 논설위원의 논점을 고려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문제를 해결할 때 또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때 예리하게 생각하는 것도 비판적 사고다. 윌링햄 교수는 “이 두 가지 유형의 비판적 사고에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라며 “만약 아이들을 비판적 사고방식으로 이끄는 공식이 있다면 학교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적 사고 교육이 단순하지 설명했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데이빗 히치콕 철학과 명예 교수는 비판적 사고는 특별한 방식의 사고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히치콕 교수에 따르면 반성적인 사고, 신중한 사고, 합리적인 사고가 바로 비판적 사고의 정의다. 히치콕 교수는 “비판적 사고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와 상관없이 비판적 사고는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아이린 갬브릴 UC 버클리 사회복지 대학원 교수 역시 “비판적 사고는 이로운 믿음과 행동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누구나 갖춰야 할 사고 능력”이라고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비판적 사고 필요성부터 느껴야

비판적 사고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어떤 임무나 문제를 해결할 때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항상 느끼는 것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첫 단계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특정 분야나 주제를 이해하는 접근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특정 전공 분야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향상시킴으로써 더 나은 비판적 사고가가 될 수 있다.

대학에는 과학, 문학, 수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전공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의 학문을 이해하는 방식은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각 영역 간 이해 방식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방식의 이해 능력을 키우는 것이 비판적 사고의 첫걸음이다.


■개방적 사고 필요한 실험 진행

고등학교에서 과학 수업의 일부로 실험실 과제를 해본 학생은 실험 과정에 대해 익숙할 것이다. 히치콕 교수는 실험이 비판적 사고 과정에 이르게 하는 여러 정신적 과정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실험은 해답을 찾기 위한 실행하는 과정이다. 실험을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에는 개방적 사고가 필요하다.

히치콕 교수는 흥미롭게 여긴 관심 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실험을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느낀 문제가 있다면 개인적인 방식으로 알아보는 과정을 밟는다. 성급하게 결론에 도달하려고 하면 안 된다. 충분히 생각해 보고 정답과 함께 대안도 고려하는 사고 능력을 키운다.

■ ‘내가 정말 알고 있나?’ 의문 제기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평소 자신이 알고 있다고 가정한 문제부터 의문을 제기해 봐야 한다. 학생들은 남들로부터 사실로 들은 내용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실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선생님, 정치인 등 소위 지도자들이 사실로 제시하는 내용에 큰 의문을 품지 않는다.

독재자들은 이처럼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한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가들은 평소 믿었던 사람이 사실로 제시한 내용에 적어도 한 번쯤 의문을 제기하는 성향이 있다.

■비판적 사고가가 쓴 책 독서

비판적 사고가가 쓴 서적을 읽는 것도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규범에 도전하는 책을 읽으면 비판적 사고가의 생각과 철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비판적 사고가의 책을 읽으면 지식은 시대와 상관없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라는 점도 깨닫게 된다.

UC버클리 사회복지 대학원 갬브릴 교수는 비판적 사고가로 알려진 헨리 퍼킨스의 ‘목표 없는 교사, 목적 없는 학생’을 추천한다. 이 책은 영국 철학자 칼 포퍼가 제시한 ‘진화론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교사의 역할은 미리 결정된 지식(학습 목표)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기존 지식을 확장하고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책이다.

■자신, 타인, 특정 현상에 끊임없이 질문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려면 질문하는 습관이 필수다. 자신을 향한 질문, 어떤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질문, 교사나 친구를 상대로 한 질문을 항상 던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데 특히 수업 시간 중 질문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교내 비판적 사고 클럽이 있다면 가입해 스스럼없이 질문하는 습관을 키운다. 질문을 할 때는 개방적 사고에 기반한 질문이 이뤄져야 한다. 비판적 사고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질문을 하도록 수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관점 가진 학생과 대화

대학 강의는 토론 중심적이다. 학생 간 서로 다른 의견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신랄하게 이뤄지는 곳이 대학 강의실이다. 대학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학생들도 반대 의견을 지닌 학생들과 흔히 접한다.

대안적 관점을 가진 학생과 대화하는 것은 더 나은 비판적 사고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과 대화하면서 그들이 나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 사고방식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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