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휴… 쟤 또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있네”

2024-02-12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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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꿎은 자녀만 탓하면 관계 틀어져 역효과

▶ 사용 이유 물어보고 공감하려는 노력
▶ 가족 참여 스크린 타임 줄이기 실험

“아휴… 쟤 또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있네”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애꿎은 자녀만 탓하면 역효과만 생긴다. 사용 이유를 공감하고 가족 모두가 스크린 타임 줄이기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로이터=사진제공]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자녀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스마트폰을 사주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땅을 치며 후회해도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그만하라고 잔소리 하면 자녀와 관계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스마트폰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 방법은 없을까? 워싱턴포스트가 의사, 부모, 교육 전문가들로부터 자녀들이 디지털 기기를 올바로 사용하도록 가 교육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애꿎은 자녀만 탓하면 역효과

지난해 11세~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청소년들도 스크린 타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학생은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 메시지를 방지하기 위한 ‘방해 금지’(Do not Disturb) 기능을 사용했고 다른 학생은 숙면을 위해 침실 밖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했다. 부모의 걱정과 달리 우리 자녀들도 나름대로 스마트폰과 멀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이렇듯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놓고 애꿎은 자녀만 나무라서는 안 된다. 성인 가족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가족의 공동 노력이 필요다. 중요한 것은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다.

부모의 통제와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잘못된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녀들로부터 그들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에 대해 들어보고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도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자녀에게 해롭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올바른 교육은 시작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다른 방법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많은 10대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고 어떤 10대에게는 온라인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자녀에게 눈살을 찌푸리지 말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스마트폰 왜 사용하니?’ 공감 노력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틱톡과 인공지능을 사용하며 10대 시절을 보낸 부모는 없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해주기 전에 자녀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오늘 학교에서 별일 없었니?’하고 물어보듯 자녀의 온라인 생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앱을 많이 사용했니? 어떤 게임이 제일 재밌니? 좋아하는 오프라인 활동은 무엇이니? 스마트폰이 네가 좋아하는 오프라인 활동을 방해하니? 등을 물어보며 자녀의 온라인 생활을 들어본다.

평소 하지 않던 질문을 갑자기 하면 자녀가 어색 해 할 수 있으니 저녁 식사 자리 등 가족이 편안히 모인 자리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하다. 자녀가 다른 가족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물어보고 자녀의 잔소리(?)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녀가 스크린 타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지 궁금하다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니?’라고 물어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오프라인 인간관계가 방해받는 이른바 ‘테크노피어런스’(Technoference)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자녀의 온라인 생활에 대해 조급한 조언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 있니? 섹스에 관해 궁금해한 적 있니? 등의 질문은 조금 껄끄럽지만 자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한 중요한 질문이다. 한 연구진은 많은 10대가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습관을 발견했다.


얼핏 보기에 스마트폰 중독처럼 여겨지지만 위기 상황에 빠진 친구의 문자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잔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였다.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진짜 이유를 들어볼 수 있도록 편안한 가족 모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족 모두 스크린 타임 줄이기 ‘실험’

자녀와 온라인 생활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했다면 몇 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실천해 본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규칙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시도하는 일종의 ‘스크린 타임 줄이기 실험’으로 접근해야 자녀의 거부감 대신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대신할 시간을 찾는 것이 실험 목적인데 실패해도 괜찮다.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떤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 활동을 찾지 못하면 자녀들의 손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향하기 쉽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음과 실험을 해보면 좋다. ▶식사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그래야 가족과 한 번이라도 더 대화할 수 있다.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가족끼리 대화하기. ▶숙면을 위해 잠자리에서 침대 옆에 스마트폰 두지 않기. 충전은 침실이 아닌 지정 장소에서 하기. ▶와이파이 라우터를 야간 일정 시간 동안 꺼두기. ▶오디오 북이나 팟 캐스트 함께 듣기. ▶가족이 모두 동의하는 곳으로 스마트폰 없이 여행하기.

이 같은 노력이 단지 실험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족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정해 실험을 통해 각자가 느낀 점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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