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실까요?

2024-01-26 (금) 김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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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철 시인의 한 문장의 생각

얼마 전, 넷플렉스를 통해 많은 기대 속에 공개된 ‘독전’ 속편에서 브라이언(차승원)의 대사 중 하나 다. 용산 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 선생' 조직을 쫓는 원호와 사라진 락, 그리고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과 새로운 인물 큰칼의 숨 막히는 전쟁을 그린 영화.

브라이언 체포 이후 사라진 락의 행방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마약 조직의 실체를 쫓는 원호의 수사를 그려나가는 작품 으로 2023년 11월 17 일에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자 독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전작에서 조원호가 서영락을 30일 뒤에 다시 만났는데, 이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다루는 한국영 화 최초 미드퀄 작품이었다.

아쉽게도 여러 이유로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몇몇 배우들의 연기력은 영화 안에서 빛을 발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의지와 때로는 오만함, 때로는 비굴함, 그 처철함으로 목표한 지점을 향해 질주를 하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보편적으로 ‘살아 간다’ 라고 칭한다. 하지만 정말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은 어떤 것일까? 표정도 없이 소리도 없이 시간은 우리를 몰아세우고 있다.
시간의 앞에 선다면 조급함에 허덕일 것이고 시간의 뒤에 선다면 초조함에 무능함에 허덕일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결국 시간과 싸울 수 있다는 싸워야 한다는 때로는 그럴 수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주어진 시간을 누리려 한다면 어떨까?
무언가를 증명하고 입증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지금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감정을 향유 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어떤 의미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일지 모른다. 많은 문명의 발전은 더 이상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덕인지 우린 세계 어느 곳이든 원하면 방 안에 앉아 전화기나 모니터를 통해 세세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그곳이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가? 너무나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꿈에 그리는 나라의 도시의 골목의 나를 세워두어도 그것은 순간의 감정일 뿐… 살아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달라지게 된다. 그 이상향. 도저히 가 닿을 수 없기에 간절히 바라고 있는…또는 그 신기루. 절대 따라 잡아 만질 수 없는 그것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린 나무처럼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이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욱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고 서서 주어진 지금을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의 끝에 젖과 꿀이 없다고 하여도 그건 그리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위안과 독려를 하며…늘 조금은 버거운 이 시간들을 살아내야 하는 것 같다.

<김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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