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우크라가 미사일 공격” 불구
▶ 추락 경위 등 구체적 증거 안 내놔
우크라이나 포로를 태운 러시아 공군 수송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추락 경위가 불분명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증거는 내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여론 조작을 위한 러시아의 ‘정보전’이라고 맞섰지만, 마찬가지로 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전쟁을 벌이는 두 국가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모든 사실을 명확히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제기구의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포로들의 생명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과 우리 사회의 감정을 갖고 장난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규탄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일류신(IL)-76 수송기가 포로 교환을 위해 비행하던 중,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에서 대공 미사일을 맞고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항공기에는 우크라이나군 포로 65명과 러시아인 9명(승무원 6명, 호송 요원 3명) 등 총 74명이 탑승해 있었고, 이들 전원은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은 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군 사령부는 “벨고로드로 접근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만 냈다. 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관리는 미국 CNN방송에 “포로 교환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구체적인 이송 경로나 시간 등은 몰랐다”고 말했다. 종합하자면,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포로 수십 명이 타고 있는 수송기임을 모른 채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의문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탑승자 명단 △발견된 시신 숫자 △발사된 미사일 종류 등은 물론, 구체적인 추락 경위를 설명할 만한 증거를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기체 결함에 따른 추락 가능성, 심지어 러시아의 자작극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로 65명 이송을 위해 호송 요원 3명만 배치했다는 점도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미국 관리는 “추락한 수송기에 우크라이나 포로가 실제로 탑승하고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25일 러시아 타스 통신은 수송기 블랙박스와 미사일 파편이 발견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기체에 외부 충격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요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