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서 평화통일 가능성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무력에 의한 통일, 군사적 침공밖에 없는 것 아닐까‘-.
세계 60여개 나라에서 40여 억 유권자들이 한 표 행사에 들어가는 2024년 전 지구적 선거의 해. 그 첫 라운드인 대만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승리했다. 관련해 서방 언론들이 하나같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대만인들은 베이징을 과거 군국주의 일본과 같은 식민주의 외국세력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 대만이 지켜낸 자유는 중국공산당의 통일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BBC 방송의 지적이다.
‘대만은 최근 수 십 년간 인구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엄청난 변형을 겪어왔다. 그 변형은 대만과 중국의 통일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시키고 있다.’ 1월 13일 대만선거에 앞서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내린 결론이다.
무엇이 이런 변형을 가져왔나. 일국양제가 허구임을 알려준 홍콩사태가 그 한 원인이다. 동시에 날로 확산되고 또 굳어지고 있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감이 또 다른 원인이다.
20년 전만 해도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생각한 대만인은 절반에 가까웠다. 이제는 3%에 불과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대만인으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충성심은커녕 친밀감도 보이지 않는 게 대만의 오늘의 젊은 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전랑 외교’식 자세로 일관해왔다. 대만의 중국공산당 정부에 대한 종속은 마땅하다는 식의, 아주 고압적 자세의 대만통일론을 고수해 온 것이다. 그러니 선거 결과를 볼 것도 없이 평화통일의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일찍이 내린 진단이다.
해외정책연구소(FPRI)의 마이크 베클리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1.13 선거결과 대만의 앞으로의 방향은 이제 결정됐다. 공산당 통치의 중국과는 결별, 나의 갈 길을 가겠다는 쪽으로. 이로서 대만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사라지고 중국으로서 남은 옵션은 군사적 행동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일련의 논평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시진핑 1인 독재 하에서 베이징의 사고방식은 날로 경직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그 중국공산당이 대만선거를 맞이해 전개한 ‘프레임 전쟁’은 ‘나를 선택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였다. 그런데 그 프레임 씌우기에 중대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 두 번째다.
어떤 특정 이슈에 프레임을 씌운다. 여기에서 먼저 요구되는 것은 여러 가지 가설, 혹은 가정이다. 그런데 그 가설들이 잘못됐다. 그런 프레임 하에 이루어진 정책은 자칫 재난으로 까지 이어진다.
일본의 진주만기습이 그 한 역사적 사례다. 일본 군부는 1941년 미국을 퇴폐적이고 나약한 사회로 간주했다. 그 같은 가정 하에 그 미국에 선제적 기습을 가하면 미국은 바로 일본의 요구에 순응할 것으로 보았다.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드러났다.
중국공산당 정부, 특히 현 시진핑 체제는 잘못된 가설을 바탕으로 대만정책을 세우고 이에 따라 선거용 프레임 전쟁을 펼쳐왔다는 것이 아시아타임스의 진단이다.
그 중 하나가 변하고 있는 대만인의 정서에 무지, 대만과의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은 ‘대다수 대만동포’가 아닌 일부 분리주의자에, 외부의 불순세력이라는 가설을 고수해온 것이다. 그 결과 ‘외교에 있어 치명적 오진’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중국공산당의 이 같이 경직된 접근방식은 대만인들에게 베이징 통치 하에서 결코 살수 없다는 확신만 심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만과의 통일은 국민적, 역사적 소명으로 전쟁을 통해서라도 기필코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공산당 지도자들의 멘탈리티를 지배하고 있는 논리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거 마오쩌둥 이후 조작되어온 (평화적 방식이 안 되면 무력으로라도)대만통일론 함정에 시진핑은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아시아타임스의 결론이다.
‘나를 선택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대만선거와 관련해 베이징이 내세운 이 프레임이 그렇다. 어딘가 기시감이 있다. 뭐라 그랬더라. ‘… 그러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라고 했던가. 그 구호가, 그 프레임 씌우기가 다시 등장한 것 같다. 4.10 총선을 앞두고.
‘두 개의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세 개의 전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 가운데 김정은의 입에서 전쟁이란 단어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면서 남쪽을 향해 무지막지한 핵 공갈을 해댔다.
이재명이 나섰다. 도발을 멈추라고. 김정은에게 한 마디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포인트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냥하는 데 있었다.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란 요상한 수사를 구사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함께 ‘죽창가’를 다시 불러댔다. 결과는 별무신통이었다. 그러자 피습 음모론을 들고 나섰다. 정부와 검찰과 언론이 합세한 ‘이재명 죽이기’도 모자라 자객까지 동원했다는 거다.
여기에 겻들인 것이 ‘…그러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는 평화 프레임 씌우기로 보인다. 북에서는 김정은이 연일 피 냄새 범벅이 말을 쏟아내고, 남에서는 ‘이러다가 전쟁 나겠다’는 공포분위기 조성과 함께 내부분열을 유도하려는. 그 책략이 과연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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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