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2023년에는 가자 전쟁이…. 2024년에는 대만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 위기가 더해지는 것은 아닐까.’ 1.13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이코노미스트지가 던진 질문이다.
국제문제 오피니언 전문지 월드크런치도 비슷한 질문을 하고 나섰다. ‘대만선거와 관련해 전 세계가 던지고 있는 질문은 단 하나다. 전쟁이 발생할 것인가, 아니면….’
그 대만선거가 여당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것도 당초 예상보다 격차가 큰 7% 차의 낙승을 거두었다. 이로서 독립성향의 민진당은 첫 3연패에 성공했고 4년 뒤 라이 후보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4연패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민진당 후보의 낙승으로 끝난 1.13 대만선거. 이는 그러면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을까.
“대만은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했다”, “라이칭더, ‘지구촌 대선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창조”…. 한국의 주요 신문들의 헤드라인들이다.
미국과 중국,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독재세력 간의 대리전으로 일찌감치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 대만선거가 민주진영의 승리로 끝났다는 선언이다.
민주진영의 승리,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대만선거결과는 지정학적 전망에서 볼 때 실제적이고, 또 상당히 그 파장이 긴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았다.
라이칭더의 낙승으로 끝난 1.13 선거는 반면 베이징에게는 패배를, 시진핑에게는 굴욕을 안겨 주었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지적이다.
‘평화파괴자’, ‘분리주의자’ ‘전쟁 선동자’ 등으로 라이칭더를 공개적으로 매도하며 친중성향인 국민당을 편들었다. 그러면서 베이징이 내세운 프레임은 ‘전쟁이냐 평화냐’이었다. 그러니까 민진당 지지는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엄포를 놓아온 것.
다른 한편 시진핑은 신년사를 통해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만합병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자 위대한 중국재건의 필연적 수순이라는 식으로. 이와 동시에 대대적 경제, 군사적 압력을 가해왔다.
통일전선공작이라고 하던가. 베이징의 영향력을 은밀히 강화하면서 타깃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교묘히 침식, 중국공산당 특유의 파괴활동을 펴오는 것을. 그 파괴활동에는 인지전에서, 역정보전, 사이버 전쟁 등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스톡홀름대학 연구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10년간, 그러니까 시진핑 집권이후 ‘중국공산당의 전 세계 톱 역정보 타깃 국가’로 체제마비 공작에 시달려 온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의 해를 앞둔 2023년은 특히 여당인 민진당을 음해하는 각종 역정보 살포가 절정에 오른 시기였던 것으로 이 연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주입된 가짜 뉴스에, 역정보는 지난해 4/4 분기에 무려 3,370%나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뿐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대대적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시도 때도 없는 공중과 해상 도발을 통해 전쟁공포를 확산시켜왔다.
그 베이징으로서, 특히 시진핑으로서는 민진당 후보 낙승으로 끝난 선거 결과는 수모를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분노는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까. 경제, 외교적 압력은 물론, 군사적 압력까지 휘몰아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렇다고 당장 군사적 갈등으로 번진다는 것은 아니다. 새로 총통으로 취임하게 된 라이칭더 당선자의 발언 등을 면밀히 주시, 검토 후 대응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해외정책과 안보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워 온 더 락스(War on the Rocks)지의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 잡지는 오는 5월 20일 총통 취임일을 양안관계, 더 나가 미-중 관계에 한 이정표가 되는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베이징은 대대적 군사력 과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거다.
관련해 특히 우려되는 것은 대만침공 가능성이다. 청년실업문제가 최악으로 치닫는 등 경제는 날로 악화, 사회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공산당 통치의 정통성 확보의 한 방편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할까.
체제 안정을 위해 뭔가 충격조치가 필요하다. 남은 카드는 무엇인가. 한(漢)지상주의 내셔널리즘이다. 밉살스런 대만이 새삼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포착되고 있는 것은 2개 전선에서의 동시 전쟁으로 허둥대고 있는 미국이다.
그 미국이 제 3의 전선, 극동지역에서도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때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까. 이 같은 유혹적 계산과 함께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되돌아온 트럼프’- 이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고질적인 고립주의로의 회귀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이에 따라 2027년으로 알려진 베이징의 대만침공 타임라인이 앞당기어 질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면 대만 유사상황 시 한반도는 안전할까. 뒤따르는 질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이은 가자 전쟁이 한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면 극동지역에서 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만해협과 한반도 두 곳에서 동시에(중국의 사주에 따라 북한도 도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의 지적이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그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분산된 미국의 군사력은 한계상황에 도달해 그만큼 ‘중국의 대만침공 기회의 창’은 넓어지기 때문이다.
대만선거가 어쩐지 먼 나라의 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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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