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증 천식, 효과 좋은 ‘생물학적 제제’가 정답

2024-01-09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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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적 제제’ 모두 건강보험 적용돼야

 “누우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밤만 되면 무서워요.”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만성적으로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는‘중증 천식’ 환자의 하소연이다. 천식(喘息·asthma)은 다양한 염증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면서 숨을 제대로 내쉬지 못하거나 가변적인 호기(呼氣) 기류 제한과 천명(喘鳴·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이다.

이 가운데 ‘중증 천식’은 고용량 경구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해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중증 악화가 잦은 천식이다. 202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 100명 중 3명 이상이 천식에 노출돼 있으며, 중증 천식 환자는 전체 천식 환자의 5~10% 정도(10만여 명)로 추산된다.

중증 천식 환자는 극심한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이들은 흡입 약물을 최대한으로 사용해도 조절되지 않아 심각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오거나 반복적으로 입원하며 목숨을 잃기도 한다. 10만 명당 천식으로 인한 사망률이 2003년 4.8명에서 2015년 13.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중증 천식은 ▲천식 증상 조절을 위해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내성이 생기거나 ▲스테로이드 치료제에 저항성이 있거나 ▲약물 과민 반응을 동반하거나 ▲흡연력이 있는 중증 천식 ▲호중구성 혹은 호산구성 천식이면서도 스테로이드 치료제에 반응성이 떨어지거나 ▲알레르기성 중증 천식 등으로 구분된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이사)는 “중증 천식 환자의 기도(氣道)는 경증 천식 환자보다 두꺼워져 있고, 점액은 물론 섬유 조직과 염증세포가 많다”며 “이로 인해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제(ICS), 지속형 베타작용제(LABA)·복합제 등을 쓰더라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치료 용량을 줄이면 악화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중증 천식 환자는 불안(38%)·우울(25%)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한다. 증상 악화로 인한 일상생활도 쉽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44%이고, 직업 중단 기간도 7년 정도 된다.

천식은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 확장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중증 천식은 최대 용량으로 흡입 약제를 써도 조절되지 않기에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한다. 최근 중증 천식에 효과가 탁월한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가 나와 세계천식기구(GINA)·국내 진료 지침 등에서 투약을 권고하고 있다.

김태범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가 10만 명에 달하는 중증 천식 환자의 80% 이상에게서 효과를 나타내지만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약값이 한 달에 100만~200만 원 정도여서 중증 천식 환자 대부분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고 했다.

국내 허가된 생물학적 제제로는 ▲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벤라리주맙 ▲두필루맙 등이 있다. 이전에는 오말리주맙이 유일하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다가 지난 11월부터 메폴리주맙·레슬리주맙에도 확대돼 중증 천식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김태범 교수는 “하지만 아직 모든 생물학적 제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중증 천식 환자에게 효과가 탁월한 이 약들이 ‘가깝지만 아직 먼 당신’”이라고 했다. 일부 중증 천식 환자는 일반 천식 환자보다 약값이 10배 이상 들기 때문이다. 이는 생물학적 제제 약값을 뺀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더 차이가 난다.

김 교수는 “어떤 중증 천식 환자는 10~20년 장기간 치료받아야 하는데, 1년에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증 천식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골다공증·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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