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어떤 해가 될 것인가’-. 갑진(甲辰)년 새 해가 펼쳐진 지 한 주가 지난 현재에도 계속해 쏟아지고 있는 질문이다. 전망은 결코 밝지가 않다. 어둡다.
지난해 2023년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전란(戰亂)의 해’였다.
2012년부터였나. 지구촌 곳곳에서 포성이 들려오기 시작한 게. ‘아랍의 봄’여파로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리비아의 불안정 사태는 남쪽으로 파급되면서 사하라 사막과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북부 사바나 사이의 경계에 있는 사헬 지역에서 내전에, 쿠데타가 연속 발생하는 등 위기는 증폭됐다.
2020년에는 아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전면전에 돌입했다. 뒤이은 것이 에티오피아와 미얀마 내전이다. 그리고 2022년 푸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그 우크라이나 전쟁 2년째를 맞아 발발한 것이 수단 내전이고 가자 전쟁이다. 그러니까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식이후 가장 많은 인명이 전화로 희생된 최악의 해. 그게 2023년이다.
‘2024년은 그러면 어떤 해가 될 것인가’- 2023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법지대라고 해야 하나, 무풍지대라고 해야 하나. 열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군벌이 제멋대로 날뛴다. 전쟁은 그칠 새가 없고, 아프리카 사헬지역이 그 케이스다. 그 같은 무법지대가 2024년에는 러시아남부 코카사스지역에서 중동의 일부지역, 그리고 아프리카 사헬지역에 이르기까지 거대 벨트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지의 전망이다. 거기에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그리고 중국의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의 도발 가능성으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
무엇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나.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단절됐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관계는 더 첨예화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새로운 악의 축’의 대결로 압축되어가고 있는 글로벌 폴리틱스(global politics)에서 그 답이 찾아진다는 게 크라이시스 그룹의 분석이다.
‘양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라이벌 열강들은 수퍼 파워에 직접 도전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적어도 2024년 초 현재까지는. 대신 미국의 패권은 교묘한 방식으로 도전받고 있다.’ 영국의 오피니언 전문지 언허드(Unherd)의 지적이다.
미국은 세계질서를 유지할 병참능력도 국내정치 안정성도 결여돼 있다. 이 같은 판단과 함께 미국의 허약한 변방국들을 타깃으로 계속 창을 찔러대고 있다고 할까. 크라이시스 그룹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라이벌 열강세력들은 미국에 대한 정면도전은 가급적 회피하면서 우회적 측면 공격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의 가장 위험한 단층지대(fault line), 즉 우크라이나, 홍해지역, 대만, 남중국해, 한반도 등이 불길에 휩싸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홍해에서 돈바스지역, 남미 정글에서 극동지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자칫 대화재로 번질 수 있는 불길을 잡기 위해 허겁지겁 동분서주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은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평화 시기는 당분간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착상태에 빠져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같은 암울한 전망의 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동맹의 지원 하에 러시아의 패퇴는 한 때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기대됐던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다가 하마스의 무차별 테러공격과 함께 이스라엘 가자지역에서 제 2의 전선이 열리면서 미국의 힘은 분산됐다. 숨을 돌린 러시아는 전세를 장악하기 시작해 오는 3월까지 올 겨울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전선에 적색경보 등이 켜진 것이다.
미국의 부담은 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전 중동지역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해에서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는 이란의 사주를 받은 회교 민병대들이 미군을 향해 미사일을 날리고 있다. 레바논 남부지역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가자 전쟁이 홍해에서 시리아, 레바논 등 전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판단과 함께 전쟁계획 수립에 들어갔다는 것이 폴리티코지의 보도다.
유럽과 중동, 이 2개 전선에서의 상황을 시진핑의 중국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는 13일 대만총통 선거결과에 대비하고 있다. 여당인 민진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베이징은 어떤 형태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장 전면 침공에 나선다는 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대만해협 봉쇄작전을 펼치는 등 대만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사태와 함께 대만상황은 미국으로서는 초미의 위기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북한이 또 쏴댔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상사격에 나서 남쪽을 향해 192발의 포탄을 날린 것이다. 어떻게 보아야하나. 김정은의 건재를 알리려는 주체적 입장에서의 신호탄일까, 아니면 베이징의 사주에 따른 도발대행에 나선 것일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전자 보다는 아무래도 후자 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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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