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표현의 자유 굴복” 끝내 물러난 하버드대 총장
2024-01-04 (목) 12:00:00
미국 대학가를 뒤흔들었던 ‘반(反)유대주의 논란’ 속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논문 표절 의혹 때문이었지만, 재정의 상당 부분을 기부금에 의존하는 대학이 유대계 자본의 압력을 끝내 이기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펜실베이니아대에 이어 하버드대 총장마저 씁쓸하게 물러나면서 대학 내 표현의 자유가 코너에 몰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게이 총장은 2일(현지시간) 학교에 보낸 서한에서 ”구성원들과 상의한 결과, 제가 사임하는 것이 하버드에 가장 이익이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인 게이 총장은 지난해 7월 총장에 취임했다. 하버드대 역사상 첫 번째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사퇴하면서 1636년 하버드대 창립 이래 최단기간 재임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논란 속에서도 직을 유지하던 게이 총장 낙마의 결정타는 논문 표절 의혹이었다. 월가 유대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 등 보수 인사들과 언론이 연달아 공론화했다. 하버드대는 “게이 총장의 1997년 박사 논문 등에서 몇 가지 부적절한 인용 사례를 발견했지만 문제가 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추가 표절 의혹이 불거졌고, 부담이 커진 게이 총장은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게이 총장이 본격적인 거취 압박을 받게 된 계기는 지난달 5일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였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학내 시위에서 등장한 반유대주의 구호가 교칙 위반 아니냐는 공화당 의원 질문에 게이 총장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