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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3 (수) 문선영 재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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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통제하는 미래 사회, 생명보험은 어떻게 작동하게 될까

살인을 예고하고 예방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생명보험을 가입하는 시점에서 사람들 중에 이런 질문이 종종 등장 한다. 만약 자살하게 되면 보험료가 나오나요? 혹은, 사고로 사망해도 보험료가 지급되나요? 이런 질문도 있다. 자연사로 죽지 않고 살해 당하면 그때도 보험료가 지급되나요? 생명보험은 사망보상금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단 사망하게 되면 당연히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리고 어떤 죽음으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서 보험금 지급 결정이이 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입하는 생명보험은 일반적으로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은 한다 해도 사망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그것 뿐 아니라, 각 죽음에 대한 많은 고려를 해야한다. 대부분은 고령화 되어 자연사 하는 경우를 예상하기 때문에 남자 평균 연령 84세, 여자 평균 연령 88세 등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생명보험료가 결정되고 생명보험이 가입 결정되지만, 만약 사고나 병환, 살해를 당한 사망 또한 대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생명보험이다. 생명보험회사가 가장 정상적으로 예상대로 사망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은 자연사의 경우일 것이고, 이런 경우가 어찌 보면 보험회사가 원하는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두는 것일 텐데,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범죄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살인사건을 AI가 동원된 데이터베이스와 예지력을 가진 초능력자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예견할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2002년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사이언스 픽션계의 아버지 격인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1956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미래 범죄 예방 수사 당국에서 중요 임무를 맡고 있는 주인공 좐 앤더튼(탐 크루즈)은 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며 범죄 예견 시스템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범죄율 0%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그에게 어느 날 미래에 일어날 범죄자로 본인의 이름이 적힌 메시지를 전달 받습니다. 범죄가 일어나기 까지 남은 시간은 72시간. 그 72시간 동안 좐은 본인이 왜 살인자가 되는가, 그리고 누구를 죽이는 가를 숨막히게 추적하게 됩니다. 영화는 결국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 안에서도 인간의 이해관계를 통해 음모가 숨어 들어가 있고, 악용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사실상 디스토피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002년 이면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탐 크루즈의 그나마 젊었던 시절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그는 강력한 범죄 예상 수사 팀장이면서, 본인의 가족을 잃은 상처를 갖고 있는 피해자이기도 하며, 본인의 누명을 둘러싼 음모를 해결해야 하는 모든 캐릭터를 완벽히 보여줍니다. 21년 전이지만, 지금 봐도 손색없는 미래 정보 사회의 네트워크망을 구현한 헐리웃의 당시 상상력과 기술력을 보면, 오히려 2023년 오늘날의 현실 보다도 더 세련되어 보입니다. 역시 영화적 상상력은 항상 현실을 앞지른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 범죄 예장이 100% 현실화 된다면, 그렇다면 보험회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정도의 정보력을 가지고 미리 범죄자를 색출해 내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사망보상금 클레임 중 살인사건으로 인한 클레임은 없어지게 되겠죠. 저희 상상력을 더 확장시켜, 인간이 걸릴 수 있는 모든 질병을 메디컬 검사와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미리 예측하여 예방을 할 수 있는 세상이 구현된다면 병사로 인한 사망보상금 클레임도 없어지게 될 겁니다. 각종 사회 데이터베이스와 테크놀러지 발전으로 교통 사고나 항공 사고 등도 예방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100% 현실화 된다면 당연히 사고사로 인한 사망보상금 클레임은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직 노화로 인한 자연사로만 생명보험이 지급된다면, 당연히 보험료는 더 저렴해 질 것이고, 클레임으로 인한 각종 비용도 줄어들게 되겠죠.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죽음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지연시키는 사회가 아닐까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얘기하는 범죄 뿐 아니라 보험회사의 일이 훨씬 줄어들고, 인간의 위험(Risk)를 떠 안는 생명보험의 비용과 의존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발전된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의 유토피아가 먼저 올 지, 내가 사망할 날이 먼저 올 지, 자신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생명보험을 가입하는 거겠지요.

<문선영 재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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