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출신 김하성과 이정후의 연봉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2021년 12월 키움 유격수 김하성(28)은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연봉 700만 달러다. 2024시즌 후 상호 옵션이다. 구단과 김하성이 받아들일 때 연봉은 700만 달러. 후배 외야수 이정후의 계약을 고려하면 바게인이다.
2023년 12월 키움 외야수 이정후(25)는 6년 1억1300만 달러에 SF 자이언츠와 사인했다. 연봉 1883만 달러다. 오타니 쇼헤이의 7억 달러에 전 세계 팬들이 놀랐지만 이정후 계약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외야수에게 SF는 큰돈을 썼다.
이정후 계약은 아시안 야수의 미국 진출 프리에이전트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SF 구단으로도 FA 야수 계약 역시 최고액이다. FA로 가장 성공한 평가를 받는 홈런왕 배리 본즈가 1992년 겨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떠나 SF 계약할 때 6년 4375만 달러였다. 연봉 729만1666 달러에 불과했다. 본즈도 재계약하면서 한 번도 1억 달러를 넘긴 적이 없다. 1억 달러는 여전히 상징적인 액수다.
SF는 그동안 FA 시장에서 대어급 야수 영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13년 3억3000만 달러), 외야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9년 3억6000만 달러),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13년 3억5000만 달러 제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10년 7억 달러) 등이다. 코레아는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됐다.
큰돈을 쓰려고는 했지만 사인에는 이르지 못했다. SF로는 2015년 12월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이후 이정후가 첫 FA 1억 달러 이상 계약자다.
4시즌 후에는 옵트아웃으로 프리에이전트가 된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했지만 이를 사용한 적은 없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을 체결할 때 5시즌 후 옵트아웃이 있었다. 이정후가 4시즌 동안 올스타에도 선정되고 FA 시장에서 몸값을 더 올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KBO리그와 MLB는 큰 차이가 있다.
김하성과 이정후를 비교했을 때 계약 기간과 연봉 차이는 상상외로 크다. 두 선수 나란히 7시즌 후 25세에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KBO리그 제도가 그렇게 돼 있다. KBO리그가 배출한 당대 최고 선수들이다. 둘의 차이라면 타율, 출루율과 MVP 수상 여부다.
FA는 타이밍이다. 자이언츠는 중견수 포지션에서 득점 생산력이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훨씬 낮다. 이정후를 선택한 구단이 “우리 팀에 딱 맞는(Perfect fit) 선수다”라고 한 배경이다.
엄밀하게 보면 팀 공헌도는 내야수, 특히 유격수가 높은 편이다. 김하성은 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4-133홈런-575타점-134도루를 기록하고 MLB FA 시장에서 몸값을 테스트했다. 출루율은 0.373이었다.
이정후는 타율 0.340-65홈런-515타점-도루 69, 출루율 0.407이다. 타율과 출루율에서 김하성보다 크게 앞선다.
김하성은 한 시즌 100타점 이상을 3차례, 100득점 이상은 2회 작성했다. 이정후는 100타점 이상 2회, 100득점 1회다. 통산고 시즌 득점, 타점에서는 김하성이 약간 앞선다.
그런데도 이정후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천문학적 연봉에 사인했다. 자이언츠팀의 절실함도 연봉 상승에 한 요인이다.
파르한 자이디(47)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은 LA 다저스 제네럴매니저 출신이다. 파키스탄 이민 2세다. 명문 버클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가방끈 프론트맨이다. 연봉 산정 등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세이버메트릭스 신봉자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출루율에 매우 높은 점수를 준다. 출루율은 득점 생산력(Run Produce)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정후는 통산 및 시즌 타율, 출루율에서 세이버메트릭스 신봉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록을 갖추고 있다.
추신수가 2013년 12월 이때까지 단 한 차례도 올스타에 선정되지 않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것도 출루율과 득점이었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출루율이 0.423이었다. 스콧 보라스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자이언츠는 지난해 팀 출루율이 0.312로 MLB 전체 24위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0.344로 전체 1위다. 자이언츠 팀내에서는 주로 우익수를 맡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0.373으로 1위다.
2024년 이정후의 모든 활약이 주목되지만 테이블 세터로 어느 정도의 출루율을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문상열전문기자 moonsytexa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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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