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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비 다스리는 변화무쌍한 존재…2024년 비상하는 ‘푸른 용’

2023-12-3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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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랑의 금빛 장식, 벽돌 문양, 도자 등 문화유산으로 살펴본 용

▶ 궁궐 보호 ‘염원’ 담기도…국내 용 관련 지명 1천200여개

물과 비 다스리는 변화무쌍한 존재…2024년 비상하는 ‘푸른 용’

해룡도(海龍圖) 여의주를 갖고 노는 두 마리 용을 그린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새로 밝았다.

용은 12가지 띠 가운데 유일하게 세상에 없는 상상의 동물이다.

낙타 머리에 사슴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 배, 잉어 비늘, 매 발톱, 호랑이 발을 가졌다고 하며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왔다.


서양에서는 주로 불을 내뿜는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동양 특히 동아시아권에서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며 하늘로 승천해 비를 내리게 한다고 믿어왔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서양에서 용은 주로 퇴치해야 하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로 인식해왔다"고 설명했다.

무덤 벽화부터 그림, 도자기 등 문화유산 곳곳에서 용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선사고대관에서 전시 중인 국보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는 금 알갱이 수천 개와 금실로 용을 표현한 낙랑 시대 유물이다.

길이 9.4㎝, 너비 6.4㎝의 고리에 총 7마리의 용이 담겨 있는데, 용과 용 사이에는 꽃잎 모양의 윤곽을 만들고 그 안에 청록색 보석을 추가해 화려함이 돋보인다.

동쪽을 수호하는 청룡을 그린 강서대묘(江西大墓)의 그림, 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담은 용무늬 벽돌, 용 모양 청자 향로와 항아리 등도 주목할 만하다.

위엄있고 당당한 용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궁궐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용은 예부터 왕이나 황제 같은 최고 권력자를 상징하기도 했다.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를 뜻하는 표식인 셈이다.

왕이 일할 때 입는 곤룡포(袞龍袍)에는 금실로 용 무늬를 수놓았고,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인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는 용 두 마리를 금빛으로 그려 넣었다.

덕수궁에서 왕이 공식적으로 신하들을 만나던 중화전 천장에도 용 조각이 장식돼 있다.

1997년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서 출토된 청동용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경회루의 건축 원리를 설명한 '경회루전도'(慶會樓全圖) 등에 따르면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동(銅)으로 만든 용 두 마리를 연못의 북쪽에 넣었던 것으로 전한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청동 용의 고사문에는 불의 신을 백겁 동안 가두고, 천리로 배웅하며 물의 기운을 머금었다가 내뿜어 영원토록 궁궐을 보호해달라는 기원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 근정전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수'(水) 부적 역시 궁궐에서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며 '용'(龍) 자를 1천번 넘게 쓴 흔적으로, 두 유물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오늘날에도 용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에게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하고, 용이 나오는 꿈은 훌륭한 자식을 낳는 최고의 태몽이나 길몽으로 여기기도 한다.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도 용이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용과 관련한 지명은 1천261개로, 호랑이(한자 '虎' 사용) 관련 지명 389개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의 머리를 닮았다거나 용이 누워있는 모습에서 유래된 지명 등이 해당한다.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푸른 용'(청룡)의 뜻을 담은 지명은 전남 고흥군 도화면 청룡마을 등 전국 19곳에서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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