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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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극복

2023-12-27 (수)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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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가수 마리안 앤더슨이 1939년 부활절에 워싱턴 링컨공원에서 독창회를 가졌을 때 무려 7만5,000명의 관중이 모였다. 이것이 세계 기록을 깬 음악회였다고 한다. 원래 국회 대강당에서 열 계획이었으나 그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인종차별로 거절되었으나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죽음도 극복할 수 있는데 인종차별도 극복할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인간의 최대 문제는 죽음이다. 지금은 장수시대지만 100세를 넘기기가 어렵다. 성경에는 고대에 300세를 살았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지금은 그런 장수는 불가능하다. 플로리다의 한 장의사가 엉뚱한 광고를 내어 화제가 되었었다.


“죽은 뒤에 5,000달러만 내면 당신을 하늘로 올려 보내드립니다.”

화장해서 그 가루 한 줌을 인공위성에 실어 하늘로 올려 보내면 2,300년 동안 하늘에서 산다는 것이다. 인공위성 한 대당 4억 달러의 비즈니스라고 한다. 그것이 지구의 땅을 절약하고 오염도 방지하는 비즈니스라지만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코미디언 조지 번즈는 그의 저서 ‘백세 이상 사는 방법’에서 “죽음을 생각하지 말라. 신문의 부고를 보지 말라. 아침식사를 배불리 먹어두라. 나는 배고픈 채 천국까지 먼 길을 여행하고 싶지 않다.”고 웃기는 말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의 애처 그레이스가 죽자 그 무덤을 매달 한 번씩 방문하여 슬픔을 감추지 못하였다고 한다.

영국이 낳은 저명한 저술가 C.S. 루이스는 중년까지 노총각으로 있다가 유대인 이혼녀 조이스와 비밀결혼을 하였는데 그녀가 암으로 죽자 창문을 열 때마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이런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여보, 그곳은 눈물의 골짜기지만 내가 온 천국은 웃음의 골짜기여요. 기운을 내셔요. 당신은 지금 삶의 시작일 뿐이어요.”

기독교는 출발점을 예수의 부활에 둔다. 죽음을 극복한다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출발점인 것이다. 하기야 죽음의 극복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영원한 생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를 흔히 ‘바위를 굴리는 종교’라고 부른다. 예수의 시체를 놓았던 굴의 바위가 굴려져 있었고 거기에서 죽었던 예수가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시체에 기름을 발라 안장한다. 그러나 예수의 시체에는 기름을 바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를 따르던 여인들이 죽은 뒤에라도 기름을 바르기 위하여 무덤 굴을 찾아갔다가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것이다.

미국인들이 농담에 “세금과 죽음은 피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조만간 반드시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내 죽음도 불원간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을 개척한 청교도들은 인사말로 ‘죽음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무척 중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신앙이란 죽음의 준비이다. 특수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의 약 사용에 대한 이런 놀라운 통계가 나와 있다. 5,100만 명이 안정제(Tranquilizer)를 쓰고 1,700만 명이 각종 자극제(Stimulras)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마약도 한 몫 낀다. 누구에게나 불안이 있다. 가족, 직장, 건강, 일 등 불안의 요소는 다양하다. 신앙이 정말 불필요한 문제일까.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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