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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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잔소리

2023-12-11 (월) 제이슨 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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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잔소리가 남편을 질리게 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세계적 대문호 톨스토이의 아내도 어느 누구 못지않은 잔소리꾼이었으며 그녀는 죽기 두 달전 딸 앞에서 “내가 너희 아버지를 죽였다”고 고백했다. 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끊임없는 불평과 잔소리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는 명성뿐만 아니라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부족함이 없었다. 톨스토이는 재산의 사적 소유는 죄라고 믿으며 자신이 가진 것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 아내는 잔소리를 퍼붓고 질책하기 시작했다.

톨스토이는 어느 작은 기차역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남긴 마지막 말은 그가 있는 곳에 아내가 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잔소리와 불평과 히스테리의 댓가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좁히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지만 넓히면 우주를 품고도 남는다. 앙칼진 목소리로 잔소리나 퍼부어대는 아내들로부터는 어떤 남편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결혼생활의 무덤을 파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잔소리였다.

<제이슨 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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