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산책

2023-11-24 (금)
작게 크게

▶ 포크 송의 전설 - 둘 다섯 (2)

▶ 원년 멤버 이두진씨와 인터뷰

1964년 12월 팝 음악계에 ‘Sound Of Silence’를 발표하여 혜성같이 등장한 ‘Simon & Garfunkel’은 전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영향으로 많은 뮤지션들이 제 2 의 ‘Simon & Garfunkel’이 되기를 원했다. 이 후부터 한국에서도 통기타 붐이 일면서 앞다퉈 포크 송 계열의 음악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1960년대 부터 시작한 록 음악 밴드 그룹의 성장이 기세를 몰아 1970년대 까지 이어지고 그 틈새를 포크 록 음악이 서서히 탄생했다.

- 둘 다섯 듀엣이 처음 데뷔할 당시 시대적 배경은?
▶그 당시 대중가요의 주축이던 트로트 음악이 몰락하고 대중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 통기타 부대가 등장했다. 이른바 양희은, 서유석, 이장희, 어니언스, 트윈 폴리오, 김정호, 사월과 오월 그리고 둘 다섯 등이 그들이다. 그 당시 청년 문화를 표방하는 3가지 요인이 있다. 청바지, 생맥주 그리고 통기타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 트렌드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취향이 시대적으로 잘 맞아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첫 레코드 앨범을 발표하게된 사연은 ?
▶트로트 계열 음악이 몰락하자 지구 레코드 회사는 변화를 시도하고 그 방편으로 통기타 가수들을 물색 하기 시작했다. 지구 레코드 스카우트 주선으로 회사 사장실에서 오디션을 가졌다. 즉흥적으로 임정수 사장 앞에서 ‘밤배’ 와 ‘긴 머리 소녀’ 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마자 임정수 사장은 직원에게 음반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여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 첫 음반 발표 후 팬들의 반응은?
▶사실 음반이 나오기 전에는 음반만 발매하면 당장 스타가 되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음반이 나왔는데 서울 어느 방송에서도 저의 노래를 들을 수 가 없었다. 당시 서울에는 KBS , MBC 등 6 개 방송국이 있었지만 관심을 가져 주는 방송국은 없었다. 지구 레코드 회사에서는 음반을 내 주기는 했지만 성공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아 뒷풀이(?) 를 해주지 않은 것 같다. 뒷풀이란 판촉을 의미한다. 보통 음반이 나오면 회사측에서 방송국 음악 담당자를 방문하여 새로 나온 음반을 전달하며 특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한다. 이 과정이 없으면 방송국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어떤 노래도 방송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그 당시 관례였지만 난 그 때 그 풍토를 너무 몰랐다.

- 그 힘든 풍토에서 살아남은 계기는 ?
▶원년 멤버 오세복이와 함께 동국대학교에 다녔는데 그 땐 자취방에서 함께 라면 끓어 먹던 시절이라 가진 돈도 없어 스스로 판촉할 여력이 없었다. 따라서 달리 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는데 부산에 있는 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출연 요청이었다. 대형 생맥주 업소였는데 출연료도 예상외로 많았고 조건도 좋아 오케이하고 부산으로 내려가서 공연을했다. 부산의 공연 시작으로 무명에서 벗어나 드디어 인기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 서울도 아니고 부산에서 시작된 인기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부산 기독교 방송국의 ‘6 시의 희망 가요’ 프로그램 PD 배연호가 우연히 저의 앨범을 듣고 이 프로에 소개했다. 이 노래를 들은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이 소문이 업소 사장들의 귀에 들어가 출연요청이 쇄도했다. 그리고 이 소문은 대구쪽으로 전해져 대구 기독교 방송국데서도 저희 음악을 틀어 주기 시작했다. 이어서 대구 문화방송국도 뒤를 이어 둘 다섯 노래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계속)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