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파란만장한 삶 다뤄
2023-11-24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마에스트로’(Maestro) ★★★½(5개 만점)
▶ 주연의 혼신을 다하는 열정↑, 내용의 깊이 모자라 아쉬움
레너드 번스타인이 말러의 제2번 ‘부활 교향곡’을 지휘하고 있다
뉴욕 필의 지휘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지휘자요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영화로 브래들리 쿠퍼가 제작과 감독을 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했다. 쿠퍼는 레이디 가가와 공연한 ‘스타 탄생’으로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마에스트로’는 그의 두 번째 감독 작품이다. 쿠퍼의 혼신을 다 한 열정이 화면에 가득하나 그 뜨거움만큼이나 따르지 못하는 것이 내용의 깊이가 모자라 아쉬움이 크다. 이제나 저제니 하고 화사한 외모를 뒷받침해줄 통찰력과 깊이를 기다렸으나 끝내 기다림으로 끝나고 만다.
영화는 레니(레너드의 애칭)의 인간성과 업적을 충실히 다루었다기 보다 그와 그의 배우인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캐리 멀리간)의 사랑과 갈등이 심한 관계에 치중해 일종의 러브 스토리를 보는 것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리시아의 역도 다소 미약하게 취급됐다. 레니는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곡을 했는데 영화 ‘워터프론트’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후에 진 켈리와 프랭크 시나트라가 나온 영화 ‘온 더 타운’으로 만들어진 발레곡 ‘팬시 프리’ 그리고 ‘캉디드’와 ‘매스’가 그런 것들이다.
영화는 처음 칼러로 찍은 나이 먹은 레니가 코네티컷 자택에서 혼자 피아노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그가 TV 인터뷰를 하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펠리시아가 몹시 그립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화면은 흑백으로 변하면서 레니가 맨해탄의 아파트에서 동성애 연인인 뉴욕 필의 클라리네티스트 데이빗 오펜하임(매트 보머)이 누어있는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어 제치는 장면으로 전환한다. 이어 레니가 카네기 홀로 달려가 전국에 라디오로 중계되는 가운데 뉴욕 필을 지휘한다. 당시 뉴욕 필의 부지휘자였던 레니는 이날 지휘를 하기로 됐던 브루노 발터가 갑자기 병이 나 대타로 리허설도 없이 지휘를 하게 된 것으로 뛰어난 지휘로 뉴욕 타임스 등의 칭찬을 받는다. 1943년 레니가 25세 때로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레니와 펠리시아는 한 파티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해 아이를 셋이나 낳지만 레니가 동성애자여서 둘의 결혼 생활은 부침이 심하다. 펠리시아는 레니가 동성애자임을 알면서도 그에게 헌신하나 그 관계는 갈등이 커 부부 싸움이 격해지곤 한다.
뛰어난 재능과 함께 카리스마가 강한 레니는 모순의 인간으로 복잡한 내면을 지닌 사람이었다. 대중에겐 존경 받는 지휘자요 뮤지컬 작곡자이자 클래식 음악 작곡자로 알려지길 원했고 개인적으로는 동성애 난봉꾼이자 남편이요 아버지였다. 특히 그는 미국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 알려지길 원했다. 음악에 대한 정열과 함께 욕심이 많아 작곡가요 지휘자요 무대 뮤지컬과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서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다.
레니의 예술가로서의 업적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아 그가 말러의 음악을 뒤늦게 미국의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과 전국에 TV로 생 방영된 ‘영 피플스 컨서트’(아주 잠깐 묘사된다) 등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클라이맥스에 레니가 케임브리지 일리 성당에서 말러의 제2번 ‘부활’ 교향곡을 지휘하는 장면이 있는데 쿠퍼가 맹렬한 연기를 한다. 그러나 그의 연기도 레니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진 못한다. 어쩌면 레니라는 사람은 그릇이 너무 크고 복잡한 내면을 지녀 2시간 조금 넘는 영화로 소화시키기엔 힘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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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