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부터 한국 사회에 핫한 뉴스가 정치, 경제도 아닌 희대의 전청조 사기 사건이다. 즉, 지난 10월23일 현재 강남에서 상류층 자녀 대상으로 펜싱학원을 운영하는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이였던 남현희(43세)원장이 P그룹 회장의 혼외자인 재벌 3세로 뉴욕태생의 15세 연하의 전청조(28세)씨와 전격 결혼한다는 인터뷰 기사가 한 월간지에서 나오자 호기심도 가고 아니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이 쇼셜 미디어로 나가자마자 평상시에 전씨를 아는 사람들이 과거 사기사건을 들추어내기 시작하였다. 즉, 투자금 사기사건(남자행세), 혼인빙자사건(여자로 행세), 데이팅 앱 사기사건, 혼외자 재벌 3세 사기사건(2회), 미국투자 사기사건, 1인2역 사기사건, 항공권 대리결재 사기사건 등으로 복역하고 2022년 815 경축 사면 출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이 또 한 번 매스컴과 SNS를 통해서 일파만파 전해지면서 나라가 왈칵 뒤집혔다. 남원장은 결별을 선언하고 결혼 발표는 3일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또한 남원장이 모 유튜브 채널과 장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전씨와 만남부터 전모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남원장이 언급하기를 월세가 수천만원이 홋가하는 아무나 넘볼 수없는 송파구 L주상복합건물 안의 시그니얼에 동거하면서 수백 수천만원 짜리 액세서리와 최고급 자동차 등 48여점을 선물로 받았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성실하고 진실한 국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억 단위의 전씨의 사기행각으로 드러난 현재 잠정적 피해건수와 액수만 23건에 28억이라지만 더 늘어날 전망이란다. 전씨는 남원장에게 접근하면서 항상 2-10여명의 보디 가드를 대동하였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씨가 피해자에게 있어보이거나 허세를 부리는 보여주기식으로 후광 내지는 병풍효과를 내기위해서였다고 한다.
전씨는 성장 과정에서 허언 장담이 심했다는 지인들의 증언과 부친도 전과 수배 중이고, 모친은 어찌보면 방관과 암묵적 공범일 수도 있다. 한술 더 떠서 일론 머스크와 펜싱 대결을 한다거나 어떻게든지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펜싱학원 학부모들의 갈급함에 기상천외의 호기심 유발과 감언이설과 말기 환자라는 동정심을 유발 등 이런 것들에 잘 넘어가는 한국인의 정서와 감정에도 문제가 있다.
26년간 국위 선양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고 주장하는 남원장이 아직은 경검찰 수사의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불혹을 넘은 나이에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허세, 당치도 않는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람처럼 여겨왔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마는 자업자득이요 자승자박인 삶을 살게 되었다.
옛 속담에 열매를 따지도 못할 나무에는 올라가지 말라 했는데 썩은 동아줄이 결국 그녀를 잡아 삼켰다. 이 사기 사건의 뉴스를 접한 대다수의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은 아연실색, 어처구니없고 기가 찰 노릇이었다. 서민들은 평생 만져 볼 수도 없는 억 소리나는 돈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이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어디 이 사건뿐이겠는가!
한국에서 지난해 발생한 사기사건이 약 32만 건이며, 최근에 5만 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사기 건수도 특히 보이스 피싱과 같은 금융사기 등은 고도화, 고액화, 지능화, 국제화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기사건은 사회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국가경쟁력마저 추락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여행을 빙자하여 사기를 치거나, 하루밤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인간 하이에나들때문에 부동산, 증권, 가상화폐 등의 사기 피해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나 되묻고 싶다. 무조건 돈만 벌면 된다는 물질주의, 노력없이 떼돈을 벌려는 한탕주의 속에 자라난 이들이 아니겠는가. 이번 사건을 보면서 허탈하고 이그러진 우리네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같아 마음이 몹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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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전 성결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