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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숙적관계’의 미-중, 그 충돌지점은…

2023-11-2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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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시진핑의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그 가장 중요한 결과는 무엇일까.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까지 나서서 압력을 가한 결과 샌프란시스코 거리가 잠시나마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거리 산책에 나선 사람들이 최소한 며칠간이라도 지저분한 인분이나 쓰고 버린 마약주사바늘 같은 것은 볼 수 없게 됐으니까.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1년여 만에 성사된 지난 주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폭스뉴스가 내놓은 논평(?)이다.


미소와 악수가 오갔다. 따듯한 덕담 가운데 몇 가지 합의 사항이 발표됐다. 그러자 한국 언론들은 미국과 중국관계가 정면충돌에서 대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논평을 쏟아냈다.

그러니까 양국 간 관계가 조정기에 진입했다는 거다. 어딘가 폭스뉴스의 지적과 상반된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

‘상호불신과 경쟁으로 점철된 양국관계의 리셋(reset-관계 재설정)이라고 불릴만한 것은 찾을 수 없다.’ 컨버세이션지의 진단이다.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회담결과에 워싱턴과 베이징은 겉으로 만족감을 표명하고 있으나 양국관계의 긴장은 결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는 것.

월 스트리트 저널도 심드렁한 지적을 하고 있다. ‘대단치 않은 진전’은 있었지만 양국 관계는 곧 근본적 갈등의 시험에 들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뉴욕타임스도 양국을 충돌의 위기로 몰아간 사안들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회담은 별 성과가 없는 정상회담으로 깎아내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가자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 필요성은 더 커졌다. 반면 중국은 부동산 문제에, 청년실업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계속된 경기악화로 사회적 동요마저 일고 있다. 미국과 대립을 잠시나마 피할 필요가 있다.

무슨 말인가. 서로간의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성사된 게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으로 악화되고 있는 양국관계 개선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주요언론들이 보인 대체적 시각이다.

‘리셋이라고 불릴만한 성과는 없다’- 이는 시진핑과 회담 불과 몇 시간 후 나온 바이든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바이든은 시진핑을 ‘독재자’라고 서슴없이 지칭했다. 그러자 질세라 중국외교부 대변인도 날선 대응에 나섰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양국 관계에는 여전히 험난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할까.

무엇이 그러면 진정한 미중 관계의 진전을 막고 있나. ‘중화인민공화국(PRC)은 공산당 통치의 레닌주의 국가라는 사실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 블룸버그 통신의 지적이다.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역대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한 가지 공통된, 불변의 시각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적과의 관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의 포용정책도 그 근본적 목적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 붕괴가 그 숨겨진 목적이다.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의 렌즈로만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정치학 용어를 빌리면 지속적 숙적관계로 볼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과거 영국과 프랑스, 서방과 소련이 그런 관계였다.’ 터프트 대학의 마이클 베클리의 지적이다.

지난 두 세기 역사에서 보면 이런 지속적 숙적관계는 80%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 숙적관계는 40년이 평균 수명으로 어느 한 쪽이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혹은 공동의 적이 출현 할 때 그 적대 관계는 종식됐다.

문제는 미-중 관계와 관련, 그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가 당분간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는 게 베클리의 지적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우리와 전혀 다른 형태의 정부에 기초한.” 시진핑과의 회담 후 계속 이어진 바이든의 발언이다. 미중관계의 재설정은 외교로만은 결국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는 상호 오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그 반대다. 너무나 상대를 잘 알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질서에 편입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사회주의 중국체제의 몰락이란 것을 베이징도 숙지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그처럼 세계관이, 가치관이 180도 다르다. 여기에서 비롯된 게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 숙적관계’란 설명이다.

결코 서로 간 용납이 안 되는 이 두 세계. 그 두 체제의 앞으로의 궤적은 어떻게 이어질까. 결국 충돌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게 다발성 위기의 시대를 맞아 더욱 굳어진 전망이다. 그 가장 근접한 발화점은 그러면 어디일까.

‘더 이상 우크라이나도, 중동지역도 아니다. 2024년 1월 13일 이후 전 세계의 이목은 대만으로 쏠릴 것이다. 그 날은 대만총통선거의 날로 여당인 민주진보당 후보 라이칭더의 승리가 확실시 되면서 앞으로 4년,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감은 계속 고조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다. 그 때 한반도는 어떤 상황을 맞게 될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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