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유행했던 잘못된 조언들
▶ 올해 ‘선 구매, 후 재융자 실시’ 조언… 주의 당부
이자율 안 떨어지면 장기간 고리에 묶일 위험 커
올해 초만 해도 집값이 곧 폭락하니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구매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조언과 달리 집값 폭락은 없었고 이자율이 올라 주택 구입이 더 힘들어졌다. [로이터]
구입 경쟁이 과열되면 홈 인스펙션 조건을 포기하라는 조언을 자주 듣게 된다. 자칫 높은 수리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조언이다. [로이터]
바이어에게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은 한마디로‘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다. 고이자율, 고 주택가, 매물 부족 등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3대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는 무엇보다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상황이 어려울수록 잘못된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 쉽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중 관심을 끌기 위해 잘못된 조언을 퍼트리는 경우도 있고 단지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엉뚱한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조언도 시기에 따라 유행처럼 바뀐다. 올해도 역시 여러 엉뚱한 조언이 바이어를 실망시켰는데 온라인재정정보업체 고우뱅킹레잇닷컴이 올해 유행했던 잘못된 조언을 정리해 봤다.
◇ 집값 폭락 기다렸다가 사라
지난해 말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주택 시장이 일시 얼어붙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주택 시장 침체가 곧 찾아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 버금가는 주택 가격 폭락 사태가 발생하니 그때까지 주택 구입을 미루라는 조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다 지난 지금 주택 시장 침체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주택 가격은 오히려 꾸준히 올라 내 집 마련 여건을 더욱 어렵게 했다. 부동산 업체 네스트 리얼티의 브리짓 블론드 부동산 에이전트는 “그럴싸한 조언이지만 주택 시장 침체와 주택 가격 폭락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조언의 가장 큰 오류”라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폭락은커녕 모기지 이자율이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주택 구입은 더욱 힘들어졌다. 주택 가격 폭락을 기대하지 않고 1년 전 내 집 마련했더라면 낮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었고 그사이 집값이 올라 주택 자산도 쌓을 수 있었겠지만 그런 기회를 모두 놓친 셈이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앞으로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소폭 하락할 수 있지만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대신 주택 가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는 물론 바이어, 셀러 등 시장 참여자 역시 주택 시장 침체 발생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 폭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 선 구매, 후 재융자
아마도 올해 가장 주목받은 조언이 바로 ‘집과 결혼하고 이자율과 데이트하라’(Marry the House and Date the Rate)라는 조언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등장한 조언인데 한마디로 풀이하면 ‘선 주택 구매, 후 재융자 실시’다. 현재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일단 주택을 구입한 뒤 이자율이 떨어지면 재융자를 통해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조언이지만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한다.
대신 주택을 장기 투자 대상으로 삼고 적어도 5년 이상 거주 계획이 확실할 때에만 구입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구입하려는 주택의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부담 가능할 때만 구입을 고려해야 하는데 나중에 재융자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구입에 나서면 여러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대했던 이자율 하락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칫 장기간 높은 이자율에 묶일 수 있다. 1970년대 말 모기지 이자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 같은 이자율 수준은 1900년대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높은 이자율이 장기간 떨어지지 않으면 모기지 높은 페이먼트 부담으로 인해 ‘하우스 푸어’(House Poor) 신세로 전락하기 쉽다.
모기지 대출은 초기에 원금보다 이자를 더 많이 내도록 페이먼트 구조가 짜여있다. 따라서 주택 구입 초기 상당 기간 내는 페이먼트는 대부분 이자로 지불되기 때문에 주택 자산 축적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주택 구입 후 얼마 되지 않아 재융자를 실시하면 다시 이자만 납부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주택 자산 축적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재융자를 앞두고 크레딧 점수가 떨어지면 기대했던 낮은 이자율은 받기 힘들어 재융자로 인한 페이먼트 절약 효과가 낮다. 재융자 수수료도 고려해야 하는데 국영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 맥의 집계에 의하면 평균 재융자 수수료는 5,000달러다. 하지만 대출 은행에 따라 융자액의 2%~6%까지 수수료를 내는 경우도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하락 폭과 하락 시기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자율이 기대했던 시기에 떨어지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홈 인스펙션 조건 포기하라
매물 가뭄 현상이 벌써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매물이 더 줄어 발만 동동 구르는 바이어가 많아졌다. 매물이 부족하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 과열 경쟁이다. 한 매물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리다 보니 공격적인 오퍼 조건을 내세우는 바이어가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홈 인스펙션 컨틴전시를 포기하는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홈 인스펙션을 통해 발견되는 결함에 따라 바이어가 주택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데 이 조건을 삭제하면 어떤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일단 집부터 구입하고 보자’라는 생각에 일부 부동산 에이전트가 오퍼에서 홈 인스펙션 조건을 삭제를 조언하기 하는데 매물에 어떤 결함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주의하는 것이 좋다.
사소한 결함이면 몰라도 주택 구조, 배선, 수도 시스템, 누수 피해 등은 수리비가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로 이런 결함이 발견되면 구매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홈 인스펙션 조건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오퍼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조건부 포기를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유해 물질이 발견되거나 건강과 관련된 결함이 발견된 경우 또는 수리비가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만 홈 인스펙션 조건을 포기하는 조건이다.
◇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하다
부동산 에이전트로부터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다. 주택을 임대하면 매달 수천 달러에 달하는 임대료가 건물주에게 지급되고 저축 효과가 전혀 없지만 주택을 구입하면 임대료 대신 모기지 페이먼트를 통해 주택 자산 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조언은 아니지만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야 할 조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 구입 비용이 임대 비용보다 50%나 높은 정도로 주택 구입비 부담이 높아졌다. 모기지 이자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에는 주택 임대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주택 임대는 유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향후 5년 내 거주지가 불확실 경우에는 구입보다는 임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기간 임대를 통해 생활비를 절약하면서 향후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모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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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