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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하원의장, 은행계좌가 없다?

2023-11-15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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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좌가 없는 미국인 가구는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합중국의 대통령 계승서열 2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가정이 그들 가운데 포함되어있다.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던 ‘무명 의원’이 어느 날 갑자기 막강한 권력을 지닌 하원의장 자리에 오르자 그를 겨냥한 전방위적 검증작업이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존슨의 과거를 샅샅이 뒤진 기자들은 몇가지 특이한 사실을 포착했다. 예컨대 존슨과 그의 아들은 사전합의에 따라 서로 상대방의 디지털 기기를 모니터한다. 컴퓨터나 셀폰에 저장된 포르노 영상을 찾기 위해서다. 그보다는 덜 외설스럽지만 더 큰 파장을 키울 수 있는 ‘발견’은 재정 문제다. 존슨(공화-루이지애나)이 지난해 제출한 연례 공직자 재산신고서에 따르면 그의 금융자산은 ‘제로’다. 은퇴연금, 머니마켓 펀드, 주식이나 암호화폐는 물론 기본적인 은행 당좌계좌나 저축예금 계좌조차 없다. 그가 의회에 처음 입성한 20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재산공개 내역을 살펴보아도 은행계좌는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건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받는 세비를 어디에 보관하는 것일까? 당좌계좌가 없는데 각종 고지서와 청구서 대금은 또 어떻게 납부할까? 지난 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도중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존슨은 “원래 가진 것이 없다”며 직답을 피했다.


의회에 들어오기 전에 “비영리기관에서 일했다”는 그는 자녀 네다섯 명의 학비를 언급하면서 “돈 들어가는 곳이 워낙 많다”고도 했다. 존슨은 소방관의 아들로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근로가정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끝냈고, 폭스뉴스 앵커 역시 재정문제에 관한 추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둘 사이의 동문서답은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그는 자녀들의 학비를 어떻게 지불할까? 매트리스 밑에 감춰둔 현금이나 숨겨둔 금화로 지불하는 걸까? 존슨 의원 사무실은 재산공개 내역과 관련해 필자가 제출한 수차례의 질의서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재산공개서는 몇가지 해석을 가능케 하지만, 어느 것이건 우려를 자아내긴 마찬가지다.

첫 번째 가설은 ‘계좌 폐쇄’다. 시중 은행은 계좌 유지에 필요한 최저잔고, 혹은 사용 수수료를 감당할 만한 재정능력이 없는 극빈자들의 계좌를 닫아버린다. 그러나 이런 가설은 연방 의원들이 연 17만4,000달러의 세비를 받는다는 사실 앞에서 무색해진다. (하원의장이 되면 세비는 22만3,500달러로 올라간다.)

세비는 존슨이 올리는 소득의 전부가 아니다. 리버티 유니버시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 3만 달러의 연봉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부인도 복수의 소득원을 갖고 있다. 최근의 공직자 재산보고서에는 정확한 자산규모가 나와있지 않지만 이전 몇 년 간의 자료에 근거한 존슨의 가구소득은 최소한 21만1,000달러로 소득 상위권 10%안에 속한다. 또한 공개된 재산이 얼마 되지 않는 다른 연방의원들은 모두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물론 존슨이 대놓고 금융자산을 공개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허위 재산신고는 연방법에 위배되는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써가며 별 것도 아닌 은행계좌 보유 여부에 관한 정보를 숨길 이유가 없다. 생각해보라. 미국인 가구의 95% 이상이 소유한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척 연극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또 다른 가설은 하원 윤리규정에 따라 신고 의무가 없는 무이자 은행계좌만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근래의 인플레 환경을 감안하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이상한 선택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금 더 그럴듯한 가설은 그의 은행 통장 잔고가 ‘의무적 신고’를 요구하는 최저기준선을 밑돈다는 것이다. (배우자와 부양자녀를 포함한 가구 구성원 전체의) 은행잔고 합산액이 5,000달러 이상일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해야할 개별 계좌의 최저 잔액은 1,000달러다.


이들 가운데 어떤 가설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존슨이 실제로 이들 중 어느 한쪽에 속해있다면 그가 입에 풀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힘든 생활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입을 모은다. 돈이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금융자산 신고는 일년 중 아주 짧은 기간의 재정상태만을 보여준다. 연말의 은행계좌 잔고만 신고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설사 12월1일까지 은행 통장에 잔고가 잔뜩 쌓여있었다 하더라도 31일 이전에 몽땅 빠져나가면 그해에는 아예 신고를 할 필요조차 없다.

워싱턴 공직자들의 재산신고를 감시하는 민간그룹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활동하는 조던 리보위츠는 이것을 존슨의 상태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가설로 꼽는다. 리보위츠에 따르면 “처음 의회에 들어왔을 때 존슨은 은퇴연금 계좌를 갖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계좌 자체가 없어졌고, 또다시 대출까지 받았다.” 이처럼 “천천히 불어나던 은퇴연금 적립금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그에게 무언가 금전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리보위치의 분석이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너나없이 돈 문제에 시달린다. 그건 타인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직자의 경우는 다르다. 그가 자유세계의 지도자건, 한 집안의 가장이건 대중에게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가 심각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 금전 문제에 시달리는 공직자는 비도덕적인 인물, 혹은 정치적 영향력을 매수하려는 개인이나 이익집단의 타겟이 되거나, 급전마련을 위해 선거자금을 전용하는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도 적잖이 발생했다.

공직자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인들은 공직자가 진정으로 대중의 이익에 봉사하는지 아니면 일신상의 이익을 추구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예상치 못한 승진을 할 만한 가치를 지녔음을 입증하고 싶다면 존슨은 더 이상 질문을 회피하지 말고 본인의 재정상태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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