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세계전쟁의 일환은 아닐까…

2023-11-13 (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민간인 사망자가 1만명 선을 돌파했다. 그 중 수 천 명은 어린이들이다. 부상자 수는 2만5,000여 명을 헤아린다. 또 다른 140여만 주민이 난민이 돼 살던 곳을 떠났다. 그리고…’

‘1,400여명이 희생됐다. 납치돼 인질로 끌려간 사람은 200여 명. 그들 대다수가 민간인으로 상당수 어린이들이 참수를 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여성들은 성폭행의 희생자가 되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빚어진 참사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현재 가자지구에서 들려오고 있는 소식이다. 피가 피를 부르면서 자칫 ‘문명의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가자전쟁 한 달이 넘은 시점. 곳곳에서 그치지 않고 들려오는 것은 여전히 전쟁 소식이다.

세르비아가 전쟁준비에 들어갔다. 1998년 코소보전쟁을 일으켜 인종청소를 자행했던 세르비아가 또 다시 코소보 침공에 들어갈 것 같다는 보도다.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대치 상황도 심상치 않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 필리핀 국방력 강화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한편 말레이시아와의 협력도 천명했다. 중국과 인도와의 국경지역에서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튀르키예도 꿈틀대고 있다. ‘튀르크어 사용국가 기구(Organization of Turkic States-OTS)’결성과 함께 중앙아시아지역 패권도전에 나선 것이다.

동남아시아, 발칸반도와 동유럽, 중동지역, 그리고 중앙아시아. 이 모든 지역에서 거의 동시적인 다발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 유라시아 대륙 주변이 온통 불꽃에 휘말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까.

이는 또 한 차례 세계대전의 도래를 알리고 있는 것인가. ‘아직은 그렇게 까지 비약해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오 폴리티컬 퓨처스의 조지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아직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1991년 소련붕괴 후 형성된 국제질서는 한 세대 만에 와해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되고 있다. 그 신질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 그리고 또 앞으로 있을 잠재적 전쟁 결과에 따라 형성될 것 같다.’ 이어지는 그의 진단이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지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세계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일단 진단했다. 그러나 이 전쟁 전과 후로 세계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중동에서, 유럽에서, 또 아시아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불길. 이는 그러면 각각 별개 성격의 분쟁인가, 아니면 서로 연계된 상황 전개인가.

‘모두를 한 묶음으로 볼 수는 없다. 적지 않은 경우 해묵은 영토분쟁, 종교전쟁 등의 전통적 분쟁 성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면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지구적인 신 냉전 의 일환으로 보여 진다.’ 타이페이 타임스의 분석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으로 연결되는 ‘폭정체제의 축(Axis of Tyrannies)’이 협력관계를 형성해 민주국가들이 이끌고 있는 현 국제질서를 무력으로 뒤집으려는 신냉전시대를 맞아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거다.

관련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푸틴이 보여 온 행보다. 이스라엘-가자 전쟁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모두 소련제국 부활의 망상에 젖어 1999년부터 푸틴이 은밀히 추진해온 세계전쟁의 일환이라는 것이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그리고 북아프리카에서 코카서스지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의 분쟁,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푸틴 러시아란 지적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도 그렇다. 공중과 육지에서 동시에 공격이 이루어졌다. 그 작전은 아주 정교하고 세련됐다. 일개 테러단체로서는 불가능한 수준의 공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각본은 이란이 짰다. 그리고 ‘폭정체제의 축’ 네 나라의 지원을 받았고 시리아, 예멘, 레바논 등지의 반 이스라엘 민병대들도 일정 부문 참여 했다. 그렇게 해 계산된 도발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리고 가자전쟁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 직접적, 정황적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푸틴은 제 2의 전선을 새로 열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미국과 서방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그게 이스라엘 전선이라는 거다.

‘그로도 여의치 않았는지 푸틴은 세르비아의 코소보침공을 사주. 발칸반도에서 제 3의 전선을 획책하고 있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보도다.

새로 전선을 계속 열어나간다. 시진핑의 중국으로서도 결코 마다할 일이 아니다. 중동으로, 유럽으로 미국의 시선이 돌려질수록 유사상황에서 대만 방어가 그만큼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이 ‘전 지구적인 신 냉전’이란 틀에서 이스라엘 사태를 바라 볼 때 반 자유주의 폭정세력의 불장난 다음 도미노는 대만, 아니면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허드슨연구소를 비롯한 적지 않은 미국 싱크 탱크들의 진단이다.

어떤 식으로 도발을 해올까.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블레싱 하의 핵 위협, 혹은 군사적 도발일까.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저강도 전술 도발도 있다. 핵 공갈에 더해 온갖 조작정보 전술을 동원해 한국사회를 통째로 흔들어 대는 것이다.

22대 총선까지 앞으로 5개월.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