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투자청(GAFI)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현지 법인인 삼성전자이집트, 이집트가스공사 등 4개 기업이 추진하는 4억 7,8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골든 라이선스(황금 면허)’를 발급했다. 황금 면허는 기업들이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모든 허가와 승인을 간소화해주는 것으로, 일종의 ‘원스톱 허가 서비스’다. 다양한 정부 기관들의 허가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기업들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 이집트 정부가 관료주의 타파와 기업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24개 기업이 면허를 받았다.
발급 기준은 까다롭다. 수입품의 국산화와 수출 기여, 일자리 창출 등 이집트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가 발급 대상이다. 공공 유틸리티와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도로·항만·교통, 통신 및 정보기술(IT) 등 국가 전략 사업 분야에 대해 주로 황금 면허를 내준다. 하지만 한번 면허를 발급해주면 정부의 추가 승인 없이도 토지의 취득과 임대는 물론 프로젝트의 운영·관리 등에 대해 포괄적인 재량권을 인정해준다.
현재 이집트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달러 부족, 물가 폭등 등에 시달리고 있다. 황금 면허는 외자 유치와 민간 경제 활성화를 통해 경제 위기를 돌파하려는 이집트 정부의 몸부림 중 하나다.
GAFI는 앞으로 황금 면허의 적용 분야를 모든 산업으로 넓히고 올해 안으로 신흥 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실버 라이선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가 공장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50년 이상 묶어왔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규제를 해제해 주요 첨단 공장의 부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려는 일본 정부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규제 혁파를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다. 기업 투자를 유도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려면 이집트나 일본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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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