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대출 관리 ‘발등의 불’, 일부 은행 부실률 1%대
▶ 금리인상 등에 연체 증가 “위기관리능력 시험대에”
남가주 한인은행들이 지난 3분기 4,000만달러 넘게 손실 처리를 하면서 ‘발등의 불’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부실 대출은 줄었지만 순이익도 함께 급감한 만큼 앞으로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공시된 분기별 영업실적(Call Report)을 분석한 결과 남가주 6개 한인 은행(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뱅크, 오픈뱅크, CBB 뱅크, US 메트로 은행)들은 3분기 총 4,159만달러를 손실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장기간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진 여신을 대규모로 상각한 결과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선두 은행인 뱅크오브호프가 단독으로 처리한 금액이 2,979만달러로 전체의 71.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한미은행이 1,060만달러로 사실상 상위권의 두 은행이 손실 처리의 거의 전체인 97.1%를 기록했다. 이외에는 오픈뱅크(59만달러), CBB(49만달러), US 메트로(10만달러) 순이었다.
대규모 손실을 처리한 결과 부실 대출은 감소했다. 3분기 기준 6개 한인은행들의 부실 대출 총액은 1억3,998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 2억789만달러와 비교해 32.7% 감소한 것이다.
손실 처리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의 부실 대출이 큰 폭 하향 조정되면서 전체 액수를 끌어내렸다. 뱅크오브호프의 경우 2분기 1억4,389만달러였던 게 절반 수준인 7,620만달러로 감소했다. 한미은행도 2분기 3,593만달러에서 3분기 2,533만달러로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역시 낮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게 사실이다. 해당 부실 대출 총액은 30일~89일 연체, 90일 이상 연체, 무수익 여신을 포함한 금액이다.
6개 한인은행들의 평균 부실률을 살펴보면 전체 부실 대출이 줄었음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평균 부실률이 0.57%로 2분기와 같았다. 상위권 은행인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은 상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은행들은 소극적 태도를 유지한 탓이다.
한인은행들 중 부실 대출 리스크 노출도가 가장 큰 오픈뱅크의 부실률이 1.01%로 직전 분기(0.82%)보다 높아졌다. 통상 은행의 부실률이 1%를 넘으면 금융 당국에서도 한층 감사를 강화하는 등 신경을 쓴다. 오픈뱅크외에도 CBB의 부실률이 0.88%로 남가주 한인은행들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이외에는 뱅크오브호프(0.53%), 한미은행(0.42%), US 메트로(0.39%), PCB(0.20%) 순이었다.
대규모 손실 처리로 순익도 급감한 만큼 위기 관리 경영의 중요성은 더 대두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한인은행들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2% 하락하는 등 부진했는데 대규모 손실 처리가 순익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실 대출을 상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 처리를 하면서 순익이 감소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특히 한인 은행들은 한인 비즈니스 업계를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금액이 큰 부동산 대출의 경우 일부만 나빠져도 부실 대출 비율이 껑충 뛸 수 있어 위험하다”며 “부실률이 단기간에 급둥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경기가 악화하면 대출 회수 과정에서 추가적인 어려움이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인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고액 대출 고객의 파산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자산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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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