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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악의 쿼드’ 전성의 해?

2023-11-0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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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어떻게 정의 될까. 이 질문이 시기상조의 감이 없지 않아 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아직도 두 달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두 달 사이 무슨 일이 날지 모르니까.

‘2023년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그들의 동맹인 이란과 북한이 하나가 되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에 공공연한 도전을 해온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의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수단, 예멘.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는 군이 동원된 고강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시에 이란, 러시아를 타깃으로는 금수조치 등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경제전쟁은 머지않아 중국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요컨대 외교, 문화적 갈등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치관의 전쟁’에 전 세계는 휘말리고 있는 형국이란 진단이다.


‘중-러-이란-북한 블록형성, 그리고 그 악의 쿼드의 도전’- 그 가능성을 먼저 지적하고 나선 사람은 일찍이 W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다.

‘미국은 수 십 년래 보지 못했던 중차대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이 4개국 동맹이 동시에 도발해올 가능성이 그것이다.’ 지난 9월 포린 어페어스지 기고를 통해 그가 내린 경고다. 이와 함께 이 ‘악의 쿼드’가 보유하게 되는 핵전력이 앞으로 수년 내에 거의 배 이상 증가할 상황에 특히 주목했다.

사태가 상당히 위중하다. 미국의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대응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런데도 공화,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의회 따로, 백악관 따로 식이다. 분열된 미국의 정치 리더십.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게이츠의 지적이었다.

그리고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1,400여명의 이스라엘 국민- 그 대다수가 어린이에서 여성, 노약자 등 민간인-이 무참히 살해됐다. 이스라엘도 반격에 나서 가자지구 친공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됐다.

‘가자전쟁은 세계대전으로 번질 것인가.’- 공포와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19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 국민 연설을 했다.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직면했고 독재세력과 테러세력이 이웃 민주국가들을 절멸시키려 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하마스와의 전쟁은 같은 전쟁’이라고 선언한 것.

‘우리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후 이 구절이 새겨지고 또 되새겨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게이츠의 ‘악의 쿼드’도발론도 새삼 다시 소환되고 있다.

“… 헤즈볼라(레바논에 기반을 둔,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이슬람 무장투쟁 조직)이 공격을 해오면 미국과 동맹은 상당히 넓어진 전선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시에 대만이 앞으로 수년 내에, 아니면 그보다 더 조속한 시일 안에 제 3의 전선으로 떠오를 수 있다.” 폴리티코지의 지적이다.


‘중국은 전쟁준비에 혈안이 돼 있다. 해군 전함 수는 이미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그런데다가 핵전력도 계속 증강하고 있다… 다른 한 편 러시아는 전열을 재정비,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전시생산체제로 전환하고 대대적 국방비 증액을 통해 러시아군 병력을 150만으로 늘릴 계획이다.’ 계속되는 폴리티코지의 보도다.

간단히 말해 미국의 적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상최저 국방비를 배정하는 등 미국은 한가롭기만 하다는 질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바이든의 안보전략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진단이 그것이다.

‘중국 견제에 온통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그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하마스의 테러공격이 발생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은 높아가고 있다. 다른 한편 러시아의 전열재정비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는 2024, 혹은 그 너머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중국은 전쟁, 특히 미국과의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 이어지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소한 3개 주요 전역에서 가열 찬, 그리고 동시적인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그 시험에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것이다.

“막대한 군사장비와 탄약이 탕진되고 무수한 인명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웨이크-업 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자원병으로 충당되는 모병제가 타당한지 심각히 고민할 때가 됐다.” 폴리티코지의 독백성 지적이다.

의회전문지 더 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러시아, 이란, 중국. 3개 전선에서의 전쟁을 목전에 두고 미국은 50년 만에 징병제를 다시 도입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동시에 제기되는 것은 미국은 전시태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는 이제 낡은 전략개념이 됐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쟁억지는 미 병력의 영구주둔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대대적 병력증강과 무기생산을 필요로 한다. 폴리티코의 주장이자 블룸버그 통신의 주장이기도 하다.

다른 말이 아니다. 전쟁준비에 혈안이 돼 있는 ‘악의 쿼드’의 준동에 대비해 미국도 전시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023년은 말 그대로 변곡점의 해로, ‘자유의 전사 나라’로서 미국의 본 모습을 되 찾아가는 해인 것은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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