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피해 등 감당 못해…스테이트팜·올스테이트 신규가입 중단 이어 중소업체 4곳도 포기
▶ 주택소유자 부담 가중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보험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로이터]
캘리포니아에서 영업중인 보험사들이 주택보험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산불과 폭우 등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한인들을 포함한 주택 소유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거나, 주택보험 없이 버텨야 하는 위기 상황에 빠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캘리포니아 1위 보험사인 스테이트팜과 6위 올스테이트는 신규 주택보험 가입 서비스를 중단하고, 2위 보험사 파머스가 앞으로 신규 가입 규모를 제한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번에는 중간 규모의 4개 보험회사가 신규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에 중단 선언을 한 4개 보험사는 모두 캠퍼 코러페이션의 자회사로, 머래스터 보험과 유니트린 자동차&주택보험, 유니트린 디렉트 프로퍼티&캐주얼티, 켐퍼 인디펜던스 등이다. 이 가운데 켐퍼 인디펜던스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3만3,200건의 주택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중형 보험사다.
4개 보험사가 내년부터 신규가입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당분간 지속된다. 기존 고객들의 가입기간이 만료되는 2025년 2월28일쯤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보험사들은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가 대형 산불로 인해 회사 손실규모가 컸던 대형 보험사들의 결정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캠퍼 코퍼레이션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바버라 시스미어는 “회사의 주력상품을 자동차와 생명보험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올해 초 캘리포니아 주보험국은 캠퍼 인디펜던스에 과잉 청구된 150만 달러를 가입자들에게 돌려 주도록 명령했고, 2024년 말까지 주택보험의 85%를 산불 피해 지역 거주자들에게 배정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이처럼 중대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주택보험 신규가입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택 소유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주택보험을 판매하는 회사 숫자가 줄어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스리지에 주택을 갖고 있는 한모씨는 “2017년만해도 1년 보험료가 1,000달러 남짓했는데 지금은 1,500달러가 훌쩍 넘었다”며 “주택보험과 함께 들고 있는 자동차 보험료까지 합하면 지금 수입으로는 감당이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캘리포니아의 평균 주택보험료는 2017년 연 1,070달러에서 2021년 1,190달러로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2022년에는 1,460달러로 급등했다. 5년 사이에 보험료가 36.4% 인상된 셈이다. 산불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유난히 기승을 부린 올해들어 미 전국적으로 주택보험료는 20% 이상 껑충 뛰었다.
보험료 급등은 특히 저소득층 주택 소유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보험정보기구(Insurance Information Institute)에 따르면 집을 갖고 있는 미국인의 13%가 주택보험 없이 버티고 있으며, 무보험자의 절반 가량은 연소득이 4만 달러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시장에서 주택보험 가입이 힘들 경우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험에서 쫓겨났거나 가입이 거절된 주택 소유주들에게 가주 정부가 운영하는 페어플랜(FAIR Plan)이 그 대안이다.
다만 페어플랜은 화재 보험이 중심인 상품이라 도난 등의 피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 파머스 보험의 진윤철 에이전트는 “지금은 더 좋은 조건을 찾기 위해 보험사를 바꿀 시점이 아니”라며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화재와 홍수 등 8가지 손실만 기본적으로 커버하는 페어플랜에 가입하는 것이 주택보험을 아예 갖고 있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