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맥(頸動脈·carotid artery)은 심장에서 뇌혈관으로 이어지는 목 부위 동맥으로,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보내는 중요한 혈관이다.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진행돼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질환을‘경동맥협착증’이라고 한다.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30%는 경동맥협착증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미리 진단할 방법이 없는 점이다. 경동맥은 절반가량 좁아져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동맥협착증 환자는 계속 증가해 연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경동맥협착증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동맥협착증(질병 코드 I652)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6만8,760명에서 2022년 12만5,904명으로 83%가량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60~70대가 66%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만성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은 결과가 60대쯤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지 않아 혈관 손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경동맥협착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경동맥협착증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주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질환과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 대사 질환자가 늘면서 경동맥협착증 환자도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50대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질환을 앓고 있거나 흡연자라면 위험군이기에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경동맥 초음파검사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경동맥협착증이 위험한 이유는 혈관이 절반 가까이 좁아져도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증상이 없어 초기 진단이 어렵고, 발견돼도 증상이 없어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방치해서 협착이 심해지면 언제 어떻게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심하면 뇌경색으로 인한 뇌 기능 마비뿐만 아니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70% 이상 진행된 경동맥협착증이 발견됐다면 증상이 없어도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경동맥 협착이 심하지 않거나 증상이 없으면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져 있고 증상이 있으면 수술(경동맥 내막 절제술)이나 시술(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필요할 수 있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 부위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다. 대부분 전신마취로 진행한다. 원인 물질을 직접 제거할 수 있어 수술 후 재협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경동맥 내막 절제술은 △협착이 매우 심하거나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하기에는 혈관 굴곡이 너무 심하거나 △경동맥협착증이 심해져 뇌색전증이 생겼다면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다.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심혈관 질환을 동반한 환자, 전신마취가 부적합해 수술 위험성이 높으면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은 경동맥 내로 미세 도관과 미세 철사를 이용해 풍선 위치시키고 풍선으로 협착 부위를 확장한 후 스텐트를 넣어 치료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다만 동맥경화 찌꺼기를 직접 제거하지 않으므로 재협착 위험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보다는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5,000례 이상의 경동맥 내막 절제술 및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이 시행됐다. 특히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의 경우 시술 기구의 발전으로 인해 매년 증가해 2017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경동맥 스텐트 확장술을 시행한 환자가 85%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준석 교수는 “우리보다 경동맥협착증이 더 흔한 미국에서는 연간 10만 명 정도 환자가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하는데, 70% 이상이 경동맥 내막 절제술을 받고 있다”며 “어떤 치료를 받을지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적합한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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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