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포럼
2023-10-30 (월)
김상용 서울경제 논설위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 강연에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구축하자며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제안했다. 중국 공산당은 강연 후 두 달 만에 이를 위한 정책들을 채택해 ‘중국몽(夢)’을 구체화했다.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의 일대일로는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자금을 빌려줘 도로와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면서 무역을 활성화해 경제 교류를 촉진하자는 구상이다.
204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전략은 동아시아와 유럽 경제권 내의 64개 국가를 포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중국의 계획에 포함된 국가들이 모두 동참하면 참여국의 총인구는 전 세계의 63%(44억명)에 달한다. 러시아도 2015년 참여했다. 상하이 푸단대 보고서에 따르면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중국의 누적 투자액은 2022년 기준 9,620억달러(약 1,400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중국 자금을 빌린 개발도상국들은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 스리랑카는 2017년 채무 상환을 위해 함반토타항 지분(80%)과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고 잠비아는 2020년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에 따르면 참여국 중 23개국이 고금리와 부채 상환 부담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싱크탱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개발국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빌려 기반 시설을 건설한 뒤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중국이 항구 시설 등을 군사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추진 10주년을 맞아 ‘제3회 일대일로 국제 협력 정상 포럼’을 17~18일 베이징에서 개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과 만나 서방 진영 견제 차원에서 중러 결속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또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중동과 인도 등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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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