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젊어졌다. 영화제와 라이브 공연장의 객석 모습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서트를 관람하고 감독과 배우가 대거 참석하는 영화제 프리미어를 통해 삶의 활력소을 찾는 것은 대표적인 문화 소비행태이다. 지난 3년 넘게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극장과 공연 산업이 젊은 관객들에 의해 활성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광클’이 일상인 이들로 인해 장년층과 노년 관객들이 억지로 밀려 나버렸다. 게다가 ‘암표’ 수준의 티켓 재판매가 성행하면서 오히려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해 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첫 공개되는 영화제에 참석하면 매일 아침 피튀기는 티켓팅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1초가 좌우하는 티켓 전쟁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광클(마우스의 버튼을 매우 빠르게 클릭하는 것)을 해야한다. 아이패드로 한 쪽엔 ‘시계’ 반대쪽엔 이벤트 페이지를 열고 59>>60이 되는 순간 바로 누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각 국마다 어느 인터넷 브로우저로 열어야 빠르게 누를 수 있는지 정보 수집도 필수이다.
최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결산을 하면서 “노년과 장년층 관객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을 개선할 부분으로 꼽았을 정도다. 모든 좌석이 온라인 예매로 전환되면서 현장 예매분이 없어 광클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 이상은 초대권이 없는 한 프리미어 참석은 언감생심이었다. 취소 티켓을 예매할 기회를 잡으면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이다.
올해 개최된 국제 영화제들 중 최악의 티켓 예매 운영은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였다. TIFF는 영화제의 공식 티켓팅 플랫폼인 ‘티켓마스터’를 통해 좌석을 예매했는데 유명 영화 티켓은 당일 1초도 되지 않아 ‘매진’이었다. 취소 티켓이 나오겠지 푸념하면서도 할리웃 작가와 배우 파업으로 게스트 초청이 예년과 달리 적은 상황에서 티켓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가 싶었다. 의아함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풀렸다. 티켓마스터가 초래한 재앙이었다.
개막이 목전에 왔는데 티켓 마스터에서는 티켓 취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티켓팅 사고로 인해 대부분의 상영관이 반쯤 비어 있었다. 당일 아침 예약 최소 티켓을 기대하며 티켓마스터 사이트를 끊임없이 ‘리프레시’(새로고침) 해대며 손가락을 탓했던 시간이 멋쩍을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스텁허브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티켓이 재판매되고 있었다. TIFF 개막작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소년과 왜가리’는 티켓마스터를 통한 TIFF 예매 사이트에서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그러나 티켓 재판매 사이트인 스텁허브에서는 액면가 10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다큐멘터리 ‘청춘’은 21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티켓마스터 가격 32 캐나다 달러 티켓이 스텁허브에 53캐나다 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TIFF 판매 개시 당일 구매된 티켓들을 곧바로 재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콘서트에서 영화 흥행 돌풍까지 미국에서 최고 매출을 기록 중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티켓 사태가 토론토 영화제에도 상륙해있었던 것.
한국의 공연티켓 암표상은 사기 범죄 수준이다. 자동 클릭이 되는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불법 사용해 티켓을 선점하고 비싼 가격에 부정 거래를 일삼는다. LA까지 단체 관람을 불사하는 임영웅 투어 콘서트는 예매 오픈 직후 1분 만에 역대 최대 트래픽 370만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매진됐다. 네이버 검색을 하면 ‘임영웅 콘서트 예매방법 티켓팅’ 안내가 제일 앞줄에 나올 정도다. 추석선물세트보다 부모들이 반긴다는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이기에 효도 선물로 온라인 암표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 티켓을 재판매하는 소위 암표 행위는 현재 처벌 근거가 없어 법적 조치가 어렵다.
미국은 어떤가. 지난달 22일 월스트릿저널에 따르면 2023년 과세 연도부터 적용되는 새 법률에 따르면 티켓 마스터, 스텁허브 등 티켓 판매 플랫폼은 이들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연방국세청(IRS)에 제공해야 한다. 연방국세청(IRS)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600달러 어치가 넘는 공연 등 티켓을 되팔아 이문을 남긴 사람들을 파악해 세금을 물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판매자가 이익을 얻었을 경우, 즉 구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표를 되판 경우에만 세금을 징수한다는 법규다.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과 같은 대형 이벤트의 티켓 판매와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티켓 재판매로 돈벌이에 나서는 암표상이 늘어나면서 공연 등 이벤트 산업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면서 공연 산업의 성장은 관광 및 숙박업의 매출을 올리며 지역 경제를 끌어올린다.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의 경제 효과를 ‘스위프트 노믹스’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티켓 수요 급증이 보복 소비라는 취급을 받지 않고 불법 거래를 초래하는 허울이 되지 않도록 젊은 관객들의 에티켓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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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