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직면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각기 다른 위협에 맞닥뜨리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테러범’(하마스)과 ‘독재자’(푸틴)가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을 절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승리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병기창’역할을 재개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밝힌 미국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140여억달러, 우크라이나 600여억달러, 대만 등 인도태평양에 70여억 달러 등 국가 안보 긴급 예산으로 1,000억달러를 요청했다.
‘개전 600일이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과 두 주가 채 안된 하마스의 테러공격사태. 이를 바이든은 한 고리로 연결된 전쟁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악관 연설에 대한 미 언론들의 총평이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들이고 예루살렘과 키이우. 두 전선은 분리돼 있다. 그러나 사실상 같은 성격의, 하나의 전쟁, 민주주의를 지키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80대의 노구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두 번째로 전쟁지역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귀국 바로 다음날인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다. 바이든의 이 일련의 행보가 그렇다. 어딘가 초조함, 시급성이 엿보인다. 왜 일까.
‘그렇게 많은 정부의 최고위급 당국자들이 해외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갈등상태에 사적으로 그토록 우려를 하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미국의 정치잡지 액시오스지의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1,000일이 지난 현재 지난주와 같이 백악관이 무겁고 으스스한 분의기에 짓눌린 적이 없었다는 것이 이어지는 전언이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위기상황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고 백악관 위기관리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78년 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진단이다.
초미의 위기상황은 하마스의 테러공격에 가자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응징에 나설 경우 벌어질 사태다. 불똥은 이란으로, 더 나가 중동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격사태가 발생하자(이스라엘 소행으로 잘못 보도됨) 반이스라엘에, 반미 시위가 아랍 권 전체로 번져나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해 실제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 희생자가 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예고편이라고 할까.
그 같은 사태에 대비해 미국은 이 지역에 2개 항모전단을 배치했고 이미 미군을 타깃으로 한 드론 공격 등이 산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의 푸틴은 중국을 방문했다. 2017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것. 푸틴은 시진핑과의 만남을 통해 반미연대를 재차 강화하면서 또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중동정책을 조율해 나갈 것이다.’
‘푸틴과 시진핑은 둘 다 미국과 서방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 같은 확신과 함께 여러 전선을 동시에 가동해 서방에 대한 도발을 꾀하고 있다.’- 적지 않은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보이고 있는 시각이다. 그런 마당에 푸틴의 공공연한 중-러 연대 발언은 또 다른 지정학적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서방 쇠망론’을 이란 회교 혁명정부 고위층들도 역사의 흐름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인가,(아니면 국내 정정 불안을 잠재우기 위함인가) 핵문제와 관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다소 유화적인 외교적 접근을 회교혁명정권은 ‘미국의 약함’으로 간주, 하마스의 대대적인 테러공격을 통해 서방에 전쟁을 걸어왔다는 게 메신저지의 분석이다.
동시에 나오고 있는 전망은 그 회교혁명정부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진공에서 잠시라도 곤경에 처할 경우 바로 또 다른 테러집단 헤즈볼라를 동원해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블록의 출현과 이 4자의 현업관계다.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 광견병에라도 걸린 듯이 이빨을 드러내고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무너뜨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 미친개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중국이다.” 워싱턴 프리 비콘지의 지적이다.
이 정황에서 신무기가 등장했다.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가 그것으로 벌써부터 메가톤급의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괴담에. 진실과 허위가 혼합된 정보를 마구 뿌리는 거다.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이 허위조작정보를 사람들은 사실인 양 믿는다. 그리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격사태에서 보듯이.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개될 중동사태와 관련해 인터넷 콘텐트의 90% 이상이 반미, 반이스라엘 내용의 가짜뉴스에, 조작정보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위협 요소들이 합력해 선이 아닌 악을 이룰 때, 다시 말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해 핵융합이라도 일으킬 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이점에 정부공위당국자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액시옥스지의 지적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선이라는 정치계절을 맞아 미국이 사분오열됐을 때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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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