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창간 55주년 기획 - 산티아고 순례길 주는 신비한 체험
▶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 끝없는 초원 절로 힐링…작은 것에 기쁨과 감사, 삶의 무거운 짐 훌훌…
산티아고 프랑스 길 출발지인 생 장 피드 포르 마을 전경. 중세풍의 건물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며 순례여권을 발급해주는 순례 사무소가 있어 세계에서 모인 순례자들로 북적인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길,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바쁜 이민의 삶속에서 가슴으로만 간직했던 순례의 길이기에 어떤 여행보다 더 설레는 것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이다. 순례길 여행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야하고 시간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재정적인 여유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은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도 없는 여행길이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지난 천년동안 순교자 야고보가 걸었던 길을 따라 속죄와 구원의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침묵과 고독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과의 내면적 대화를 통해 지난날을 성찰하고‘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 답을 통해 남은 인생을 설계한다.
그렇기에 순례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한 차원 높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다녀 온 사람들은 “수많은 길을 걷고 험난한 트래킹을 다녀왔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가슴 뭉클한 경험했다”고 입을 모은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직 자기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고독하면서도 행복한 길이다. 이와함께 피레네 산맥 푸른 초원의 외길과 끝없이 펼쳐진 밀밭 길, 그리고 평원의 포도밭길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산티아고에서 얻고 깨달은 것들
아나운서 출신 여행 작가 손미나씨는 산티아고 순례 길을 다녀온 후 ‘산티아고에서 얻고 깨달은 것들’ 이라는 강연에서 이렇게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힐링이다.
‘죽을 때까지 이런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너무 풍경이 아름다워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최적기는 봄과 가을이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에 하얀 외길을 걷노라면 그 자체가 힐링이다.
둘째 멈춤이다.
바쁜 인생, 바쁜 시간을 천천히 가는 삶으로 돌려놓았다. 하루 6시간에서 8시간을 걸었다. 자동차로 간다면 몇 십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시간을 천천히 늘려서 오직 나를 위해 즐길 수 있는 행운을 느꼈다.
셋째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동안의 삶은 복잡한 인간관계, 심각한 고민, 불만과 짜증, 더 좋은 것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어보니 길가 작은 모퉁이에 엉덩이를 불이고 앉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다. 신발을 신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생존하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건 사실 별게 없었다.
넷째 자신의 발견이다.
만나는 사람들과 사연을 교류하며 자신을 발견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오직 산티아고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도서관이요 박물관이다. 두려움을 떨쳐버렸고 아무도 대신해 줄 없는 순례길을 통해 자신감도 생겼다.
손미나 작가는 “산티아고 길은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아니라 순례를 마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순례 길을 갖다 온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길 위에 있는 것 같고 두고두고 인생의 약이 되고 불꽃처럼 가슴속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끝없는 도전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으로 비유된다.
각자의 방식대로 걷고 살아가고 스스로 행복해 하는 것이다. 등에 짊어진 가방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만큼 인생의 무게도 가벼워짐을 느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도전이다. 정신적 도전이며 육체적 도전이다. 본보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프로그램은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하루 12마일을 열흘간 걷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도전이다. 죽기 전에 한번은 도전해 가봐야 하고 도전해 봐야할 프로그램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마을을 지나면서 우리는 인생과 도전을 배운다.
■문의 및 안내
•한국일보 (213)304-3471
•오렌지투어 (213)503-1160
■ 산티아고 스케치
순례 사무소에 한국말 안내서, 찌개 냄새 눈살도순례사무소 직원이 순례여권에 첫 세요(Sello)를 찍어 주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방문은 스페인(49%),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미국 등에 이어 12위이나 최근 방문 증가율로 볼 때는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에 이어 4위에 해당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순례길 출발지인 프랑스 생 장 피드 포르 순례자 사무소에는 한국말 안내 자료가 비치돼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한다. 순례길을 가다가 한국 이름을 부르면 10명중 한두명은 돌아볼 정도이며 카페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순례사무소에서 순례자 여권(Credential)을 발급 받아 순례중 통과했다는 증거의 하나로 세요(Sello)라고 불리는 도장을 여권을 받는다. 순례자 여권은 무료이나 2유로를 도네이션하면 순례자의 상징인 조개껍질을 받을 수 있다.
▲바퀴달린 백을 가진 투숙객은 사양
한국에서 한때 많은 대학생들이 저가 항공을 타고 숙소는 알베르게(한 방에 여러명이 투숙하는 저렴한 비용의 숙소)를 이용하며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순례길을 갔었다. 이로인해 산티아고 순례 길에는 한국인에 대한 호불호가 이곳저곳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국립 알베르게에서는 아시안들이 많이 이용하는 바퀴달린 백을 들고 투숙하는 사람들은 받지 않는다고 선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알베르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 알베르게와 개인이 운영하는 프라이빗 알베르게가 있는데 국립 알베르게는 하루 숙박료가 12-20달러(프라이빗 알베르게는 20-30달러)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관리도 잘해 순례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런데 일부 순례자들이 가방에 냄비 등을 가져와 라면과 된장찌개까지 끓여 냄새 때문에 알베르게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국립 알베르게협회에서 더 이상 바퀴달린 백을 가지고 오는 방문객들은 투숙을 사양한다는 안내를 붙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본보의 산티아고 순례 프로그램은 전 일정 고급 호텔에서 숙박한다.
▲안내표지판 경쟁
순례길에는 크고 작은 마을이 있어 식사를 하거나 투숙을 하게 되는데 일부 식당과 알베르게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순례길 안내표시판을 임의로 자신의 업소 옆에 붙여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국알베르게협회에서 매년 심사를 하고 감사를 해 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마을에 들어가면 순례길 조개모양의 노란색 안내표시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을 볼 수있는데 어느 표시판을 따라가도 마을을 지나면 한 길로 모이게 되나 처음 가는 순례자들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