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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불장난, 다음 도미노는?

2023-10-1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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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머니 머리에 총을 쏴 즉결처분 식으로 살해했다. 일가족이 몰살됐다.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하고 인질로 끌려갔다. 어린 아기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 중 일부는 목이 잘린 채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서 들려오는 뉴스들이다. 지난 주말 사이 최소한 1,200여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이런 식으로 무참히 살해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대학살’이라는 분노와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인간에 대한 마지막 믿음마저 뒤흔들어 놓는다고 할까. 이런 반인륜적인 대학살 참상의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다. ‘위험한 10년(The Dangerous Decade)’이라고 했던가. 20년간 미국외교협회를 이끈 리처드 하스 전 회장이 지난해 포린 어페어스지에 기고한 에세이의 제목으로 2020년대 10년이 그렇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2020년대 10년은 지정학에 있어서 ‘결정적 10년’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코비드 19으로 시작됐다. 그 팬데믹의 공포가 가실 듯하자 발발한 게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푸틴 러시아의 침공으로 유럽대륙은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국가 간 고강도 전쟁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성은 유럽으로 국한된 게 아니다. 유라시아대륙의 반대편, 남중국해 대만해협 등지에서도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아프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쿠데타에, 내전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마약 카르텔의 공공연한 테러행위로 민주주의가 부식되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발생한 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대대적 기습공격으로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 속에 대규모 지역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가고 있다.

세계의 주요지역 대부분이 무질서의 혼돈에 빠져든 오늘날의 상황.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세계질서가 다극체제로 전이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진단이다. 미국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지배적 파워’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을 대신할 파워도 떠오르지 않고 있다. 그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거다.


“냉전이후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의 지배에 의해 세계의 평화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할 브랜즈의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브랜즈가 주목한 것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 주축이 된 수정주의세력의 준동이다. 이 독재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체 영향권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분석과 함께 하마스의 전면적 기습공격에 러시아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돈바스에서, 크름반도에서 러시아의 패색은 짙어가고 있다. 바로 그 정황에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판 9.11 사태’를 맞이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미의회 전문지 더 힐이 던진 질문이다.

혼미를 더해가고 있는 이스라엘 사태의 최대 승자는 하마스의 배후세력인 이란이기보다도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것이 이 잡지의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이 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전쟁이 발생한다. 이는 미국의 힘을 분산시킨다. 더 나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를 약화시킨다. 푸틴으로서는 크게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푸틴은 ‘악의 병기창’ 이란을 부추겨 가자지역에서 서방에 대항하는 새로운 전선을 연 것으로 이스라엘 사태를 진단한 것이다.

막연한 주장이 아니다. 이란이 하마스의 대대적 공격을 사전에 도운 것으로 월 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은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더 힐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지난 3월에서 9월에 이르기까지 수차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또 수주 전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란을 방문한 사실을 열거하면서 푸틴은 이 일련의 회동을 통해 하마스의 테러공격을 재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마 베이징도 하마스의 테러공격에 오우 케이 사인을 보냈을 것이다.’ 이어지는 시티 저널지의 지적이다. 동시적으로 전선을 확대해 서방의 무기 공급을 고갈 시키고 서방의 전쟁의지를 약화시킨다. 이는 이 독재 3국이 지닌 공통적인 이해다. 이런 점에서 중동지역에서 또 한 차례 전쟁발발은 사실상 이미 예측되어왔다는 거다.

이 같은 진단들과 함께 서방관측통들의 관심은 다음의 도미노(domino)는 어디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중국, 혹은 북한이 아닐까 하는 것이 조셉 보스코를 비롯한 주요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관측이다.

예상되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시기를 전문가들은 당초에는 십 수 년 후로 잡았었다. 그게 2027년, 2025년 등으로 계속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 보스코의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자칫 3차 대전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아시아지역전쟁에 대비할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대만사태와 연동한 ‘하청형태’의 북한의 도발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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