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서 ‘딱’ 소리 후 통증…다시 안 올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한국의 안세영이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말 그대로 투혼이었다.
안세영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예상한 사람은 많았지만, 이처럼 극적인 경기 내용은 아무도 내다보지 못했다.
안세영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 천위페이(중국)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세트 18-16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릎 부상을 이겨낸,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퍼 올리려던 안세영은 강한 무릎 통증을 느꼈고 잠시 의료 처치를 받았다.
어렵사리 리드를 지킨 채 1세트를 끝냈지만 2세트는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분전 끝에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운명의 3세트에서 안세영은 무릎 통증을 잊은 듯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나갔고, 결국 천위페이도 안세영의 투혼에 놀라 스스로 무너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번번이 자신을 막아섰던 천위페이에게 시원하게 설욕하는 동시에 한국 선수로서 29년 만의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을 제패하는 순간이었다.
시상식을 마친 안세영은 다리를 절뚝이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섰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 듯한 안세영은 "이보다 뜻깊을 수 있을까요.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애써 밝게 말했다.
부상 당시에 대해선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나서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통증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다행히 걸을 정도는 됐다. 다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게임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겠다"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만 뛰었다"고 했다.
3세트 당시 리드를 떠올리면서는 "그 어느 순간도 제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한 점, 한 점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면서 "통증이 덜했다기보다는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천위페이를 상대로 5년 만에 설욕한 것을 두고는 "(지난 5년간) 많이 배웠기 때문에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면서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지만, 묵묵히 잘 이겨낸 것 같아 행복하다"고 떠올렸다.
이제 목표는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우승)이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까지도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