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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외설과 예술

2023-09-29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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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텍사스주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중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안네의 일기’ 책을 읽도록 했다가 해임되었다. 텍사스주 햄셔 지역의 한 8학년 수업에서 교사가 ‘안네의 일기: 그래픽 각색’의 한 문단을 읽어오라고 숙제로 내줬는데 이 문단이 남성과 여성의 성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한 학부모가 쌍둥이 아들과 얘기하다가 수업 내용을 알게된 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안네의 일기’가 어떤 책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피해 은신처에 숨어 살던 네덜란드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ANNE FRANK)가 불안과 공포를 잊기 위해 일기를 쓴다. 같은 처지의 소년 페터를 만나 이성의 마음과 신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과정일뿐 전체적 줄거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린다.

이 일기는 안네가 수용소에서 사망하고 전쟁이 끝난 1947년 출판되어 수십 년동안 홀로코스트 교육자료로 쓰여왔다.
또한 지난 3월에는 플로리다주의 탤러해시 클래시컬 공립학교에서 수업 중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진을 보여줬다가 교장이 사임한 일이 발생했다.


해당학교에서는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르네상스 미술’ 수업시간에 다비드 조각상 사진을 보여줬다. 일부 학부모가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하며 ‘자녀가 이런 작품을 봐서는 안된다’고 항의했다. 다비드상이 나체라는 이유에서다.

구약에서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질로 무너뜨린 소년 다비드의 모습을 조각한 이 작품은 인본주의를 내세운 르네상스의 아이콘이다. 미켈란젤로(1475~1564)가 1501년부터 1504년까지 제작한 약 5미터 높이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은 돌팔매를 쥔 핏줄 불거진 손, 긴장한 허벅지 근육 등이 힘이 넘치면서도 살아움직이는 듯하다.

오리지널 다비드상은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었고 복제품은 피렌체 베키오 궁전 밖 노천에 설치되어 전세계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반응에 대해 피렌체시는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렇다면 외설과 예술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누드는 서양미술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요주제이다.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에 성에 대한 관심과 표현이 벌거벗은 모양을 표현한 그림 또는 조각으로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에서 누드라는 예술의 한 형식이 창안되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은 이상적이고 완벽한 육체의 비례를 탐구했다. 이상적인 여성 누드는 ‘비너스’로 나타난다.

중세시대에 잠시 제약을 받긴 했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18~19세기에는 고대신화의 주인공, 성경 및 문학 등에서 누드를 다루었다. 20세기에는 여성 모델을 앞에 놓고 누드화를 그렸다.

한편, 미국은 연방정부와 50개 주가 성교육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정책을 펴고 있다. 동부지역은 금욕적 성교육을 따르는 편이라 이른 교육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해 어린 나이에 성행동을 일찍 시작하게 한다고 보고 있다.


강한 보수정책을 펴고 있는 플로리다주는 현재 초등학생 성교육 금지법안을 추진 중이며 지난 해 5월 입법을 통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성 정체성 및 젠더 문제에 대한 교육도 전면금지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아무 문제가 안되는 것이 다양성이 장점인 미국에서 책이나 문화를 검열하고 제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누드(nude)거나 알몸(naked)이 된다. 알몸의 시선으로 보면 당혹스런 외설이고 균형 잡힌 건강한 육체로 보면 누드는 예술성을 지닌다.

주요부위를 보여주었다 해서 포르노라고 하는 것은 성경과 서양문화 특히 르네상스 문화를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러한 시선으로 본다면 미 전국의 뮤지엄과 미술관은 문을 닫아야 한다. 외설 시비를 떠나 이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사실적 묘사에 가치를 둔 조각품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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