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시장 최근 이모저모
▶ 디파짓 포기하면서 취소 강행하는 바이어 증가
▶ ‘회사가 불러서’ 복귀 명령에 집 내놓는 셀러들
모기지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주택 시장이 계절적으로 한산해지는 시기로 접어들면서 주택 거래도 줄고 있다. 8월 재판매 주택 매매 건수는 404만 건(연율 기준)으로 전달 대비 0.7%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3%나 급감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주택 거래 감소에 아랑곳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 재판매 주택의 중간 가격은 40만 7,100달러로 전월보다 3.9% 올랐다. 수요 감소에도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매물 부족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업체 리얼터닷컴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매물은 61만 4,000채로 팬데믹 직전 대비 약 3분의 2에 불과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레드핀이 이 밖에 주택 시장의 최근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 이자율 너무 올랐나? 구매 계약 도미노 취소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이자율이 갑자기 치솟자 디파짓 금액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미 체결한 주택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에만 약 6만 건에 달하는 주택 구매 계약이 중도에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8월 취소된 계약 건수는 전체 주택 구매 계약 중 약 16%에 해당하는 비율로 지난해 8월(14.3%)보다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2년 10월에도 모기지 이자율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7%를 넘어서며 주택 구매 계약 도미노 취소 사태가 있었다. 올해 8월 평균 모기지 이자율(30년 고정)은 7.07%였고 한때 2001년 이후 최고인 7.23%까지 치솟은 바 있다.
제임스 무어 레드핀 소속 에이전트는 “지난 6개월간 계약을 취소한 고객의 숫자가 에이전트로 활동한 지난 24년 기간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라고 혀를 내두르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이자율에 겁을 먹고 취소 결정을 내린 바이어들”이라고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모기지 대출 견적서를 받아보고 놀라는 바이어가 많다.
예상보다 높은 모기지 페이먼트 비용에 높은 클로징 비용, 주택 수리 및 유지비 부담까지 더해 계약 취소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중 일부는 구매 계약 체결과 동시에 지불한 디파짓 금액을 받지 못하는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계약 취소를 강행해 이자율 급등에 따른 바이어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 휴가용 주택 구입 관심 시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휴가용 주택 구입이 급증한 바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당시 부유층 사이에서 휴가용 주택 구입 붐이 일었다. 여기에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휴가용 주택에 대한 인기가 치솟은 계기가 됐다. 그러나 최근 이자율 상승에 따라 휴가용 주택 구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휴가용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시들해지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8월 휴가용 주택을 포함한 2차 주택 구입을 위한 ‘이자율 고정’(Mortgage Rate Lock) 건수가 팬데믹 이전 대비 약 47%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 이전 대비 2차 주택 대상 이자율 고정 건수는 8월까지 14개월 연속 30% 미만을 기록 중으로 올해 2월에는 팬데믹 이전 대비 52%나 감소한 바 있다. 주거용 주택 대상 이자율 고정 건수도 하락세로 8월 팬데믹 이전 대비 33% 낮은 수준이지만 2차 주택에 비해서는 감소 폭이 적다.
이자율 고정은 바이어와 대출 은행이 일정 기간 일정 수준의 이자율을 변동없이 적용하기로 합의하는 모기지 대출 승인 과정 중 하나다. 양측이 이자율 고정에 합의하면 약 80%가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향후 주택 거래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2차 주택 구입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0월 절정을 이뤘다. 당시 2차 주택 대상 이자율 고정 건수는 팬데믹 이전 대비 약 89%나 증가한 바 있는데 부유층과 재택근무자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몸값이 치솟던 2차 주택에 대한 구입이 시들해진 이유는 구입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2년 연방 정부가 2차 주택 구입 융자 수수료를 인상했는데 이로 인해 수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 수수료가 발생했다. 2차 주택 가격이 거주용 주택 보다 높은 점도 수요 감소 원인이다. 2차 주택 수요가 높은 이른바 ‘계절적 지역’(Seasonal Town)의 8월 평균 주택 가격은 약 56만 4,000달러로 일반 지역의 주택 가격(42만 1,000달러)보다 훨씬 높다.
최근 사무실 복귀 명령을 내리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근처에 집을 마련하려는 셀러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로이터=사진제공]
◇ ‘회사가 불러서’, 복귀 명령에 집 내놓는 셀러들
낮은 모기지 이자율을 포기하지 못해 집을 팔지 못하는 셀러가 많다. 그런데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라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 집을 구해야 하는 셀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핀은 향후 1년 이내에 집을 팔 계획이 있는 주택 소유주 616명을 대상을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여러 답변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회사가 불러서’란 답변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회사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아이다호주 보이시 의 한 주택 소유주도 시애틀에 본사를 둔 회사로부터 최근 복귀 명령을 받고 고민하다가 집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부부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새 규정을 어기면 해고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부부가 보이시에 주택을 구입한 1년 전은 지역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다. 부부는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6개월 이내에 집을 팔아야 하는데 집값이 많이 떨어져 약 10만 달러의 손해를 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 골드만삭스, 구글, JP모건체이스, 애플, 메타 등 대형 회사가 회사 복귀 명령을 잇달아 내리고 있어 이에 영향을 받는 주택 소유주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집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집을 팔고 싶어 하는 이유 중에는 더 큰 공간이 필요해서라는 답변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 근처로 이사하려고(22.6%), 생활비가 낮은 지역을 이사 가려고(21.6%), 사회적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지역에서 살고 싶어서(19.3%)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일부 주택 소유주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차별을 느껴서(10.6%),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로(8.4%), 더 안전한 지역을 원해서(17.9%)라고 집을 팔려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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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