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 인사의 중요성을 거론할 때마다 회자되는 말이다. 중국의 시진핑도 비슷한 말을 했다.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적소에 임명할 수 있는 능력은 당이나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 된다’고 했던가.
사실상 평생집권의 꿈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이루어진 게 제 3기취임이다. 그리고 바로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당과 정의 요직을 모두 자신에게 충성하는 시자쥔으로 채운 것. 이와 함께 한 말로 그게 지난 3월의 일이다.
그리고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극히 괴이한 일이 발생했다. 시진핑 내각의 부총리 급 국무위원 2명이 돌연히 증발된 것이다. 친강 외교부장의 모습이 먼저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중국 외교부장의 ‘활동’ 소식은 지난 6월 25일 베이징을 방문한 러시아 외교차관 루덴코 안드레이 유레비치를 만난 데서 멈춰 섰다. 이후 3개월 가까이 행적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외교부장 자리는 전임 왕이가 다시 맡았고 친강은 주미대사시절의 혼외정사로 밀려났다는 ‘설’만 나돌고 있다.
뒤이어 실종된 시진핑 내각의 또 다른 부총리 급 국무위원은 리상푸 국방부장이다. 지난8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그리고 모처로 연행돼 부패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만 무성하다.
외교와 국방. 이는 내각 중에 가장 중요한 부서다. 그런데 그 부처의 수장이 사라져도 시진핑 정부는 공식적인 설명조차 없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말만 늘어놨을 뿐.
왜 중국의 고위당국자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는 것인가. 뭐 사실은 새로울 것도 없는 질문이다. 툭하면 사라진다. 그게 주요 인사들이면 흔히 겪는 중국적 특색의 한 현상이니까.
중국 최초이자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이 그랬고 심지어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도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란 질문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모든 게 당, 아니 권력 1인자 마음대로인 중국에서도 두 명의 부총리 급 국무위원의 잇단 실종(?)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진핑 체제의 예측 불가능한 속성이 드러남에 다름이 아니다.’ 비즈니스타임스의 지적이다. ‘이 사태는 시진핑 시스템의 불투명성과 잔인성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싱크 탱크 로우이 연구소의 진단이다.
그러니까 1당도 아닌, 1인 권력체제의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그 시진핑 1인체제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서방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동시에 시진핑의 판단력에 어딘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고위층 요직 인선에는 검증이 따른다. 서방국가도 그렇지만 중국공산당은 집요하다고 할 정도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요직을 맡겨왔다.
외교와 국방부장은 내각의 주요 포스트로, 특히 리상푸의 경우는 국방부장에 중국공산당 군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발탁된 지 6개월도 안 돼 낙마했다. 이는 검증시스템이 고장이 났든지, 아니면 시진핑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로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능력을 보는 게 아니다. 충성심이다. 친강도, 리상푸도 그래서 발탁됐다. 그런 그들이 그런데 6개월도 못돼 숙청됐다. 어떻게 그런데 그런 일이…. 여기서 ‘시자쥔 내의 파벌다툼’이 한 가능성으로 제시된다.
한국식 정치용어를 빌리면 당과 정에는 ‘친 시진핑계’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각양의 ‘친 시진핑계’가 내전에 돌입했다. 일종의 충성경쟁이라고 할까. 그 와중에 친강이, 리상푸가 유탄을 맞고 잇따라 사라졌다는 거다.
이는 그러나 하나의 추측일 뿐 진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폐해는 심각하다는 것이 블룸버그, CNN, 타임 등 미국 언론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명색이 G2다. 그 중국의 주요 각료에다가 고위 장성들이 잇달아 실종됐다. 그런데 아무 해명도 없다. 이는 (중국에 대한) 신뢰위기 증폭을 불러와 해외자본의 엑소더스를 가속화 시키는 등의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 ‘피크 시진핑(Peak Xi)설’이다. 친강과 리상푸의 잇단 실종은 당장 시진핑 권력의 약화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큰 흐름에서 볼 때 시진핑 체제가 균열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게 유라시아 리뷰의 분석이다.
시진핑 권력이 정점을 지난 굴곡점을 ‘2013년 여름’, 다시 말해 40년 개방개혁에 따른 경제기적이 끝나고 중국이 일종의 ‘pariah state(‘왕따 국가’라는 뜻)로 주저앉은 시점으로 그 원죄는 시진핑에서 찾아진다는 거다.
‘교육수준이 낮다(청화 대 졸업은 서류상일 뿐). 그런 그가 나름 탁월성을 보인 것은 배신이 난무하는 내부 권력투쟁에서다. 그 결과 결국 권력의 정상에 올랐다. 그 정상의 자리에서 그는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어느 정도 아는 것은 마오쩌둥 시스템이다. 그러니 마오쩌둥 흉내를 내는 거다. 개인숭배에 안보만 강조하는.’ 계속되는 지적이다.
그 시진핑의 1인 체제는 호랑이 등에 탄 격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국제적 고립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 중국의 현실은 그 체제의 장수를 보장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게 내려지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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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