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숨’만 돌렸을 뿐… 높아진 팬 눈높이 맞추려면 멀어”
▶ “클린스만, 향후에도 언행 조심해야… 국민이 주시할 것”
클린스만 감독이 6경기만에 첫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클린스만호가 6경기 만에 고대하던 첫 승리를 거뒀지만, 전문가들은 ‘합격점’을 줄 단계는 전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전반 32분에 터진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 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2월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뒤 5차례 평가전에서 승리 없이 3무 2패에 그친 데다 ‘외유·태업 논란’까지 더해져 여론의 뭇매를 맞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전문가들은 일단 어렵게 ‘첫 승리’를 거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측면 자원이 가운데로 쏠렸던 웨일스전과는 다르게 왼쪽의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오른쪽의 이재성(마인츠)이 넓게 찢어주면서 손흥민 등 공격수들이 뛸 공간이 넓어졌다. 이적이 늦어진 영향 탓인지 웨일스전에서 몸이 무거워 보였던 황인범(즈베즈다)도 오늘은 보다 가벼워진 몸놀림을 보였다”며 위기 상황에서 어렵게 첫 승리를 일군 선수들을 칭찬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한준희 해설위원은 “팀이 벼랑 끝으로 몰리던 분위기에서 전반전 선수들 전체가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펼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는 점, 또 손흥민을 중심으로 이재성, 황인범, 조규성 등이 어우러지는 연계 플레이들이 마침내 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라 할만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력 면에서 합격점을 주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사우디는 54위로 한국(28위)보다 26계단 아래에 있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5연패를 기록 중일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
박 위원은 “클린스만호가 공격 숫자를 많이 두려고 하고, (빌드업에 치중하기보다) 곧바로 직선적으로 상대 위험지역을 노리는 축구를 구사하려는 것 같다”면서 웨일스전까지 ‘무색·무취 축구’로 일관한 대표팀의 전술 색채가 조금은 뚜렷해진 점을 긍정적으로 짚었다.
그러나 이어 “(선수 개인의 기량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좀 더 패턴에 의한 플레이, 약속된 움직임이 부족했다. 전술의 디테일에서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환 해설위원은 “(손흥민을 ‘프리롤’로 두는) 4-4-1-1 포메이션을 쓴다는 것은 알겠는데, 더 세부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의도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 넓은 간격, 풀백의 불분명한 위치, 잦은 패스 실수 등이 눈에 띄었다. 선수들 사이 간격이 워낙 넓다 보니 무리한 패스가 끊기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후방 빌드업을 할 때 실수가 나왔다. 빌드업 체계가 아직 완비되지 못한 인상을 받았으며, 황인범의 컨디션 여하에 많이 의존한다”면서 “수비 시 발생하는 다소간의 무질서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후반전 막판으로 갈수록 패스 실수가 잦아지고 위험한 장면을 많이 내준 것에 대해서는 주축 선수 노화에 따른 체력 문제가 언급되기도 했다.
박 위원은 “서른살 안팎의 선수들이 주축인데, 막판에 못 뛰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3년 뒤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 대비하려면 슬슬 세대교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 위원은 “딱 ‘한숨’만 돌렸을 뿐이다. 경기 내용에서 시원하지 못한 부분, 전술적 방향성 문제가 여전하다. 팬들의 갈증, 텁텁함이 해소됐는지 따져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전술 색깔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팬들이 축구 보는 눈이 많이 높아졌다”면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이 진지하게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경질설까지 터져 나왔던 분위기는 사우디전 승리로 다소 누그러질 수도 있겠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향후에도 계속 언행에 조심해야만 한다. 우리 국민들이 계속 그 문제를 주시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